[취재일기] '북한 댐' 두손 놓은 건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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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북한강에 이어 임진강 물도 동해로 돌려 수력발전을 꾀한다고 23일 보도하자 건설교통부는 "수로터널은 미착공 상태이며 북한의 임진강댐 건설로 남한측에 미치는 영향은 없음" 이란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건교부는 화천댐의 발전량이 줄었고, 지난 봄 가뭄 때 임진강 유역 경기북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북한강 수로터널은 이미 완공돼 안변에서 발전용으로 쓰이고 임진강 쪽 수로도 건설 중이란 것은 정부 안에서도, 수자원 관련 학계에서도 알 만한 학자는 다 아는 일이다. 이들은 수자원 관리와 홍수 대비 차원에서 철저한 연구 및 남북간 협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다. 북한이 지하수로를 만들어 인위적으로 물길을 동해 쪽으로 돌리자 벌써 남한 쪽으로 흘러오는 수량이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강 유역 댐의 발전량이 감소했다. 학계는 발전량 감소로 인한 수백억원의 손실 외에 간접 비용까지 합치면 이미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홍수 때 북한이 남한과 협의하지 않고 상류 댐의 수문을 일제히 열 경우 하류인 수도권의 피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선 1975년 8월 허난(河南)성 홍수 때 반차오댐과 셔만탄댐의 연쇄 붕괴로 약 9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댐의 총저수량이 6억t인 데 비해 금강산댐의 현재 규모는 9억t, 증축 공사가 끝나면 26억t이다.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든, 홍수나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든 인구 2천만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댐이 우리 통제권 밖인 상류에 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건설교통부는 "북한의 댐 건설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장기적으로 남측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겠다" 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줌은 물론 추가로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을 공급하면서 자연재해나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인위적인 물길 돌리기를 자제하고 수자원의 공동 이용을 위해 협력하자는 카드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어떻게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할 때 빛을 낼 수 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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