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안 문제와 해법은] 2. 여야 신문법안 비교해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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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지난달 20일 신문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법이 언론의 자유를 크게 침해한다며 독자적인 법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1일과 9일 당 언론발전특위를 연 한나라당은 주요 내용을 확정했다. 신문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된 조항들을 모두 제외했다. 법의 약칭도 '언론자유법'으로 정했다.

◆ 시장점유율 제한=열린우리당 법안은 1개 신문사가 30%, 3개 신문사가 60% 이상 시장을 차지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그 지위를 이용해 시장질서를 해칠 경우 과징금 등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 조항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겨냥했다고 주장한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현 공정거래법 기준(1개 사업자 50%, 3개 사업자 75%)을 신문에만 예외 적용하는 건 결국 일부 비판 신문에 '규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자체 법안에서 인수.합병으로 시장 점유율이 30%가 넘게 되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하게 했다. 자연적으로 늘어난 점유율은 관계없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 편집규약.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 의무화=열린우리당 안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편집규약을 만들도록 의무화했다. 규약엔 편집책임자 임면 등 10개 사항이 포함됐다. 독자권익위원회 역시 필수다. 특히 이런 사항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처벌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신문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며 판단은 신문사 자율에 맡기게 했다.

◆ 경영자료 신고와 광고비율 제한=또 열린우리당 법안은 부수, 구독료와 광고료, 영업보고서와 재무제표 등 경영현황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케 했다. 광고는 지면의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신문이 영업상 비밀을 모두 노출시킨다면 비판의 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광고 역시 신문의 자율적인 경영 영역에 속한다고 봤다.

◆ 언론개혁인가 언론통제인가=신문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언론(신문)시장을 만들고 잘못된 보도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끔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일부의 오해와 달리)언론을 억압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며 "건강한 개혁을 통해 민주적인 여론형성이 가능해지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안을 '반 시장적 정권연장법안'으로 혹평한다. 정병국 의원은 "군부 독재 정권 하의 언론기본법을 연상시킨다"고 말했고, 고흥길 의원은 "정부가 언론의 논조나 시장에 직접 개입해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여당 법안에 대한 각계 평가

"편집에 국가 개입 위헌 소지 많아"
사기업 영업 비밀 과도한 요구도 문제

열린우리당은 신문법안이 언론을 통제하려는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헌법학자.언론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본질적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이 법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일부 다른 의견도 있다. 언론노조 등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법안에선 소유지분 제한 문제가 빠지는 등 진정한 개혁에서 뒷걸음질쳤다"며 "한국신문의 현주소를 봤을 때 이번 법안에 위헌적 요소는 없다"고 주장한다.

◆ 헌법적 가치인 언론자유 침해=우선 법안(17조)에서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낸 박용상 변호사는 "신문의 편집과 제작에 국가가 개입하는 건 위헌소지가 있으며, 독일에선 이미 이 같은 취지의 법적 판단까지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석연 변호사도 "언론사 자율로 처리할 문제를 법으로 규정해 정부가 개입하는 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사기업인 신문사의 '편집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관광부 장관에 경영자료를 신고하게 한 조항(15조)도 논란이 되는 대목. 홍익대 방석호(법학과) 교수는 "사기업의 영업상 비밀을 정부가 요구하는 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많은 학자들은 법안의 4조.5조에서 '신문의 사회적 책임'과 '공정성 의무 준수'를 강조한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아닌, 다양한 사상의 공론장이어야 할 신문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건 법 정신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 시장의 원칙 허물 수 있어=법안에 따르면 3개 신문사가 60% 이상 시장을 차지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박준선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상 기준을 차등 적용한 건 헌법상 평등권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언했다.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는 공감한다 해도 수단 역시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성균관대 이광윤(법학과) 교수는 "헌법상 언론의 자유는 다른 가치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그런데도 일반 공산품처럼 공정거래법을 준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심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에 위배되는 등 위헌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일간신문의 광고비율이 지면의 50%가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팀장), 이상복(문화부).고정애(정치부).김영훈(경제부).천인성(사회부) 기자, 강종호 사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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