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교수진 대부분 CEO·컨설턴트 … “MBA 못지않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김승일(사진 왼쪽)씨와 양경옥씨가 핵심직무능력향상교육에서 배운 실무지식으로 업무처리공정을 개선한 경험을 나누며 웃고 있다. [최명헌 기자]

2009년 8월 S병원 전략회의실. 병원이 합작·투자한 허리관절치료기 신제품 출시를 놓고 연구개발부와 마케팅부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연구개발부는 경쟁사보다 시장을 선점하려면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능도 높고 업계 최초의 신기술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었다. 마케팅부는 시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실패에 대한 방지책이 없다며 반대했다. 마케팅기획실장이던 김승일(42)씨는 “우리가 바라는 제품이 소비자도 동감하는 것인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회사)가 원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핵심직무교육 교수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씨의 주장에 노인환자 100명에게 시제품을 써보게 한 뒤 출시를 결정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김씨의 마케팅 능력이 논리적·분석적으로 바뀐 것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핵심직무능력 교육을 받으면서부터다.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를 찾아 중소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기획, 마케팅 차별화, 영업성과 극대화, 기획서 실행전략 등 마케팅 5개 과정을 이수했다.

경영대학원(MBA)대신 핵심직무교육을 택한 그는 “연구·이론 위주의 대학원과 달리 교수들이 대기업 출신이면서 개인기업을 운영하는 CEO이거나 전문컨설턴트로, 경험을 활용한 생생한 현장지식과 핵심실무를 전해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유명한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리는 대기업 출신 교수의 경험담은 내가 주도한 신상품 개발에 특효약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젠 제품을 보면 소비자 관점과 시장수요를 꿰뚫는 건 물론, 재무·연구개발·제조공정 등 협조부서까지 두루 파악해 마케팅을 기획하는 마케팅맨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휴대전화용 터치윈도우를 전문 생산하는세화전자는 인력관리에서 고민이 있었다. 생산인력이 대부분 태국·중국한족·조선족 등 외국인으로 구성돼 의사소통과 조직융화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원 간에 오해가 생기거나 제품 생산에도 가끔 차질을 겪곤 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11년째 근무 중인 양경옥(49·여) 차장이 나서면서 이 같은 갈등이 풀리기 시작했다. 바로 양씨가 실천한 ‘감성경영’ 때문.

양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가족’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고민을 덜고 업무에 집중토록 만들었다. 중국어를 더듬거리며 소통하려 애쓰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국수와 만두를 함께 빚어 먹는 양씨의 노력에 중국 직원들도 마음을 열었다. 엄마처럼 생일과 명절도 함께하며 외로움을 달래줬다. 태국인 노동자들에겐 그들의 전통 경기인 세팍타크로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직원들과 융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이직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전혀 없을 정도다. 심지어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 돌아오는 외국인노동자들까지 생겼다.

양씨는 직무에 대한 이들의 주인의식을 높여주기 위해 매주 한번씩 업무향상토의를 진행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모국어로 근무불편사항·불량원인·업무향상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써내도록 했다. 이를 통·번역한 의견을 모아 생산공정에 적용했다. 그는 “핵심직무능력교육 때 구성원 간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팀장 리더십을 배워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씨는 최근 5년 동안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각종 직무능력향상 교육과정을 10개나 수료했다. 그는 “현장낭비 제거 교육을 받은 뒤엔 하루 생산에 맞는 원자재 정량을 생산공정 적재적소에 배치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다”며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업무 결함과 낭비 요인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중소기업 핵심직무능력향상 프로그램=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사·영업·물류·회계·연구개발·리더십·품질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기관들을 선정해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근로자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 중소기업 근로자가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수강하고 훈련비와 임금의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