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힘! 시중은행들, 13조원 자동차 금융시장에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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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시중은행이 자동차 금융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캐피털사가 장악해온 13조원짜리 시장에 카드사에 이어 은행까지 끼어든 것이다. 돈 굴릴 데가 마땅찮아 고민이었던 은행이 자동차 금융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판단한 까닭이다.


먼저 치고 나온 곳은 신한은행이다. 이 은행이 2월 중순 출시한 ‘마이카대출’은 이달 9일까지 554건, 총 87억원어치가 팔렸다. 은행 관계자는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이 직접 은행 점포로 찾아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이 판매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체크카드와 연계해 혜택을 추가한 ‘에스모어 마이카대출’을 내놨다.

신한은행이 성과를 내자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12일 자동차 구입자금을 최고 1억원까지 빌려주는 ‘직장인 오토론’ 상품을 출시했다. 직장인이면 최저 연 6.45%(12일 기준)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 상환기간도 최장 10년으로 길다. 우리은행도 이달 중 ‘우리V오토론’이란 이름으로 자동차 금융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이 최근 들어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다른 대출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주택대출 수요는 줄고 있다. 경기가 불확실하다 보니 기업도 돈을 잘 빌려 쓰지 않는다. 올 초 특판예금을 대거 팔아 돈이 쌓여 있는 은행으로서는 새로운 대출 시장이 필요하다.

캐피털사와 비교해 금리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은행이 자동차 금융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캐피털의 경우 할부금리 연 8~9%에 취급수수료(1~5%대)가 붙는다. 이에 비해 은행은 신용등급 기준이 까다로운 대신 취급수수료가 없고, 금리도 연 6~7%대로 캐피털보다 낫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할부 금리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금융을 제일 많이 취급하는 현대캐피탈은 이달 들어 아반떼에 대해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신한카드도 삼성화재와 손잡고 무이자·저금리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다이렉트 할부’를 최근 출시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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