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내 지자체 영문홈페이지 '엉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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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마산은 술꾼들의 천국(Masan is the paradise of drinkers)이다.

남해대교 아래로는 겨우 2t짜리 선박이 다닐 수 있다.(Two ton class ships can freely pass beneath the Namhaedaegyo)

경남도내 자치단체들의 영문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내용들이다.

도내 시 ·군들이 해외 관광객과 외자 유치를 위해 만든 영문 홈페이지들이 수준 이하의 표현과 오 ·탈자 투성이어서 인터넷상에서 창피를 톡톡히 당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번역=밀양시는 '우리 시는 모범적인 환경 도시가 될 수 없다...' (We will not also be the leading Green city…)라고 고백하고 있다.

사천시는 ‘시(육지)의 플랑크톤이 청정바다를 만든다’(Plankton of city makes for a clean sea)는 해괴한 주장을 펴고 있다.

경남도는 ‘해인사 대장경 판목에 글자의 비가 내리는 것이 발견됐다’(The writing on framework raining was found)는 말이 안 되는 표현을 했다.

◇오역 투성이=밀양시는 주민 청원 ·수리(受理)를 고장난 물건을 고칠 때 쓰는 ‘Repair’로,거제시는 민물조개 설명을 달팽이(Snail)로,야자수를 코코아 나무(Cocoa palm tree)로 옮겼다.

김해시에서는 은행나무가 채소(vegetable)로 둔갑해 있다.

마산시는 모과나무가 낙엽교목에 속한다고 ‘Nakyeop Gyomok’ 우리말대로 적었다.김해시는 시조(市鳥)인 까치를 멸종된 것처럼 과거형(They lived…)로 적기도 했다.

◇무성의 일색=마산시는 옛 행정구역명인 ‘경상우도 병마절도’등은 아예 한글로 올려놓았다.창원시도 경남도청 ·창원대 등에 한글 사진설명을 달았으며 김해시는 시 마크 설명에서 한자 ‘金’을 적고 이에 대한 설명을 생략해 놓고 있다.

서양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평(坪) ·리(里)를 미터법으로 환산해 병기하지 않고 ‘pyong/li’로 무심코 적은 경우도 많다.

영어에서는 철저히 지키는 고유명사의 첫 대문자나 띄어쓰기조차 제멋대로여서 외국인으로서는 단어인 지 지명·인명인 지 알 수 없는 표현도 많다.

◇고유명사 엉망=‘경남’을 도는 Gyeongnam으로,시 ·군에서는 Kyengnam 또는 Kyongnam으로 적고 있다.

같은 홈페이지에서조차 Jinhae/Chinhae(진해시),Geoje/Koje(거제시),Sachon/Sachoen(사천시)등으로 행정명이 달리 표기돼 있다.

군은 Gun/Kun/County,읍을 Eup/up,면을 Myon/Myeon 등으로 일관성이 없다.

심지어 산청군은 지리산을 Mt.Chiri/Jirisan/Chirisan/Mt.Jiri 등 무려 4개의 다른 이름으로 쓰고 있다.

◇대책=어학 능력이 전혀 없는 홈페이지 제작업체들이 번역까지 맡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기술력만 가진 홈페이지 업체들은 대학생들에게 번역을 맡기기 일쑤다.

지방에 번역 전문기관이 없는 데다 홈페이지 업체들도 경비를 아끼기 위해 엉터리 번역을 하는 것이다.

경남도는 최근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기 위해 입찰을 통해 3천4백여만원에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의뢰했다.

홈페이지 제작을 맡은 업체도 2개월쯤 걸리는 제작기간 인건비 ·자재비 등을 제외하면 번역경비를 한쪽당 2만∼3만원 정도로 계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상대 영문학과 김길수(金吉洙)교수는 “외국어 홈페이지 발주기관들이 대학교수나 전문인의 감수를 받는 것을 의무화하고 번역비를 따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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