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들려주는 재즈 피아니스트 시각장애 미국인 마커스 로버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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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마커스 로버츠 트리오’의 멤버들. 왼쪽부터 베이스 연주자 롤랜드 게링, 피아니스트 마커스 로버츠, 드럼 연주자 제이슨 마살리스.

서울맹학교 학생 60여명은 10일 저녁 아주 특별한 나들이를 한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이건음악회'(이건산업 등 4개사가 해마다 공동 주관하는 음악회)측의 초청으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재즈 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갖게된 것이다.

이날 연주를 맡은 미국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마커스 로버츠(41) 역시 다섯살 때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시각장애인이다. 일곱살 때부터 특수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운 그는 열두살 무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의 거장 듀크 앨링턴의 음악을 들으며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윈튼 마살리스에게 발탁돼 6년 간(1985~91년) 활동한 뒤 10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마커스 로버츠 트리오'를 이끌고 있다.

"악보를 볼 수 없으니 일일이 외워야 한다는 게 불편하지만 장애 역시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문제 중 하나"라고 말한 그는 어릴 때부터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 부모님 덕에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됐다고 했다.

"재즈는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음악"이라고 설파한 로버츠는 "많은 사람이 내 연주를 들으며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날 연주회가 끝난 뒤 음악가를 지망하는 맹학교 학생 몇몇과 따로 만나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98년 '헬렌 켈러 개인업적상'을 받기도 한 로버츠는 그간 30여장의 음반을 냈고, 이 중 다수가 빌보드 재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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