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동력 확보 못한 민노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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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저지 등을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실제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전체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파업 찬성률은 34.9%에 불과해 일반적으로 파업을 결의하는 데 필요한 찬성률(재적 조합원 과반수)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은 목적상 불법이므로 의결정족수를 따질 필요도 없다"며 "또 절차상 합법적인 파업을 하려면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측은 "정치파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찬성률이 나온 것은 그 밑에 깔려 있는 조합원들의 분노의 크기를 말해주고 있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도시철도.철도.보건의료노조.생명보험 등 아직 투표가 완료되지 않은 4만명과 추가로 투표를 실시할 전교조의 각 지역 지회를 더하면 최종 투표율과 찬성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친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해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파업 찬반투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12일 동안이나 진행됐다. 투표할 의사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얘기다.

또 어떠한 투표도 집계 결과를 발표한 뒤 추가로 투표를 실시하는 경우는 없다. 공개한 집계 결과가 나머지 사람들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해진 투표일정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의 표를 추가 집계한다는 것은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형식상 파업이 결의됐지만 민주노총이 실제 총파업에 들어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명목만 총파업일 뿐 일부 노조의 부분파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파업 명분이 조합원의 직접적인 관심사와는 무관한 정치적 문제가 많아 파업 참여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제외한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한.일 자유무역협정 반대▶국가보안법 폐지▶이라크 파병 철회 같은 주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를 유도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이슈들이다.

가장 민감한 현안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서 아예 처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야 간 합의 도출이 만만치 않은 데다 여당 안에서조차 이견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유보하거나 경고성 파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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