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사상가' 총서 첫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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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하야시 라잔.이토 진사이.오규 소라이.안도 쇼에키….

일본 사상계의 거목들이다. 이 가운데 오규 소라이(荻生□徠, 1666~1728)는 김용옥의 TV '논어강좌' 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김교수는 "오규 소라이의 『론고초(論語懲)』로부터 받은 철학적 충격은 나의 내면 세계를 굉동시키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도올 논어』2권 2백90쪽)고 그의 막대한 영향을 언급했다.

나중에 성균관대 이기동(유학.동양학부) 교수는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라는 책을 통해 영향 정도가 아니라 아예 표절이라고 그를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오규 소라이가 일본의 대표적 유학자라 해도 이런 논란이 없으면 일반인들은 그 이름조차 알기 어렵다. 일본 사상사 연구서가 태부족한 실정에서는 더욱 난감하다.

교과서 왜곡 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에 갈등이 심화된 요즘, 일본 사상사의 흐름을 조명하는 총서(叢書)가 기획돼 '일본 제대로 알기' 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학의 요람' 인 성균관대 출판부가 기획한 '일본 유학사상가' 총서 시리즈가 그것으로, 일본 사상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규 소라이 등 대학자 12명이 주인공이다.

인물과 사상을 다룬 평전(評傳)으로 필진은 한국 학자 3명, 일본 학자 9명으로 구성됐다. 일본 학자의 책은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한다.

이 시리즈 중 두권이 최근에 나왔다. 한국일본사상학회(회장 송휘칠)가 옮긴 『논쟁을 통해 본 일본사상』과 이기동 교수가 쓴 『이토 진사이(伊藤仁齋)』가 그것이다. 『논쟁을 통해본 일본사상』은 당초 이 시리즈 기획물은 아니었으나 출간 컨셉이 맞아 개괄서로 합류하게 됐다. 『이토 진사이』가 사실상 시리즈의 첫 권인 셈이다.

이마이 준.오자와 도미오 등 일본 사상사 연구자 14명이 공동 집필한 『논쟁을 통해 본 일본사상』은 유.불.선과 기독교 등 외래사조가 토착문화와 만나서 어떻게 변용됐는가 등을 살핀 책. 고대.중세.근세 등으로 시대를 구분하고 사상논쟁 중심으로 글을 엮었다.

부처가 일본의 개국신 또는 천황과 동격이냐 보조적 지위냐를 따진 고대.중세의 '신불습합(神佛習合)' 논쟁, 근세 무사도와 문예이론에 관한 논쟁, 근대화에 관한 논쟁 등 사상가들의 치열한 논리대결이 볼 만하다. 구체적인 사상가, 즉 각론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문서로는 빼어난 책이다.

고도의 금욕주의자로 성(誠)의 윤리학을 통해 '사랑의 인간학' 을 실천한 이토 진사이(1627~1705) 외에 앞으로 나오게 될 일본 사상사 시리즈의 주인공은 후지와라 세이카.하야시 라잔.나카에 도주.구마자와 반잔.야마자키 안사이.오규 소라이.아라이 하쿠세키.아메노모리 호오슈우.오시오헤이 하치로.안도 쇼에키.미우라 바이엔이다.

이 가운데 오규 소라이는 유교사상을 정치제도로 체계화한 인물로, 야마자키 안사이(1618~1682)는 퇴계 이황을 존중한 일본 정통 주자학의 제1인자이며, 안도 쇼에키(1703~1761)는 기성 체제를 총체적으로 거부한 반체제 지식인으로 알려져 왔다. 9월 중 일본 근대화론의 기수인 미우라 바이엔(1723~1789)에 관한 책이 한예원(성대 강사)씨의 저서로 나온다.

성대 출판부 백인욱 주임은 "일본 사상가 시리즈에 이어 한국.중국의 사상가 시리즈도 원고가 도착하는 대로 계속 나온다" 며 "유학사상에 관한 최고의 총서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편집위원으로 금장태(서울대).이기동.안병주(이상 성대) 교수가 참여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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