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8월 당정개편설로 뒤숭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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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으로 뒤숭숭한 민주당이 '8월 당정 개편설' 로 더 어수선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월 15일 전후로 개각을 단행하고 민주당을 개편한다는 것인데, 청와대와 당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기처럼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설의 근거는 우선 대통령의 약속이다.

지난 5월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정풍(整風)운동 때 金대통령은 "6월 13일 국정 쇄신안을 밝히겠다" 고 했다. 그러다 가뭄을 이유로 연기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연말까지는 당정 개편이 쉽지 않다. 그래서 "金대통령이 국정 쇄신을 할 의사가 있다면 8월 15일 전후일 수밖에 없다" 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차기 대선 후보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리없는 힘겨루기도 개편설을 부채질한다. 일각에선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을 염두에 두고 "실세 대표가 정국을 주도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韓최고위원 이전에 김근태 최고위원이 대표를 맡는다" 는 속칭 '브리지(다리)론' 도 나온다. 거기에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의 당 복귀설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이런 주장들은 모두 "올 여름부터는 여권 후보군이 움직일 것" 이라는 판단과 맞물려 있다. 또 여권 쇄신을 강력히 주장해 온 김근태 최고위원이 이달 초 金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정 개편설은 힘을 얻었다.

그러나 민주당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16일 확대 당직자 회의를 마친 뒤 "당정 개편설은 근거없는 일부의 주장" 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田대변인은 김중권(金重權)대표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10월 25일)에 출마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金대표는 재.보선에 나가지 않을 것이며, 만의 하나 출마해도 대표직을 유지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丁世均)기조위원장도 "현실적으로 당정 개편이 결코 쉽지 않다" 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당정 개편설은 권력 구도를 흔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고 불쾌해 하면서 "위기의 순간에 쓸 수 있는 당정 개편 카드를 지금 쓸 이유가 없다" 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 쪽을 건드리지 않는 부분 개편도 가능한 것 아니냐" 고 절충설을 제기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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