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도 패션도 성적도 … 마스터스 닮은꼴 우즈·최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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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와 ‘탱크’의 동상이몽. 자주 보면 닮는 걸까. 타이거 우즈(뒤)와 최경주가 3라운드 7번 홀에서 보라색 계열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퍼트 라인을 읽고 있다.[오거스타 AFP·로이터=연합뉴스]

최경주(40)와 타이거 우즈(35·미국)가 마스터스에서 4라운드 내내 한 조에서 경기했다.

우즈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2라운드까지 6언더파였던 그는 중간합계 8언더파 공동 3위로 사흘째 경기를 마쳤다.

그와 한 조에서 경기한 최경주(40)도 똑 같은 성적을 냈다. 한 조에서 1∼3라운드 경기를 한 두 선수는 12일 오전 3시30분 마지막 라운드도 함께 시작했다. 최경주는 “이제는 서로 너무 잘 알고, 편한 상대가 됐다”고 말했다. 둘은 경기 중 서로 덕담을 하면서 사이 좋게 경기하고 있다. 우즈는 11번 홀에서 최경주가 어려운 파 세이브에 성공하자 “이것도 파고, 저것도 파다. 아주 잘 막았다”고 했다.

2라운드 때는 비슷한 옷차림에 12번 홀에서는 같은 피니시 동작을 연출했다. [오거스타 AFP·로이터=연합뉴스]

우즈만큼은 아니겠지만 최경주도 대회를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우승 가능성이 큰 메이저대회로 생각하는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드는 것이 마지막 방법이었지만 그는 2월까지 100위권에 처져 있었다. 그러나 유러피언 투어 말레이시안 오픈과 PGA 투어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연속 2위에 오르면서 랭킹을 끌어올려 참가 자격을 획득했다.

우즈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이며 연착륙한 것 이상으로 최경주도 마스터스에서 대히트를 쳤다. 대회 전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즈의 파트너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골프계에서는 ‘우즈와 한 조에서 경기하는 선수는 경기를 망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최경주는 성적이 오히려 좋다. 3라운드까지 선두는 12언더파의 리 웨스트우드(영국), 2위는 11언더파의 필 미켈슨(미국)이다. 프레드 커플스(51·미국)는 7언더파, 양용은(38)과 재미 동포 앤서니 김(25)은 5언더파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우즈 욕설로 구설수=우즈가 경기 중 욕을 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파3인 6번 홀에서 티샷이 좋지 않자 우즈는 방송 마이크에 잡힐 정도로 분명하게 “타이거 우즈, 이 빌어먹을 놈아”라고 말했다.

우즈는 지난 2월 스캔들 사죄 회견에서 “골프에 더욱 존경심을 보이겠다. 클럽을 던지거나 험한 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즈는 “내가 욕설을 했나? 그랬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미국 팬들은 “사람은 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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