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해비타트 현장] 통일촌에 울려퍼진 망치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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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3일 오전. 통일로 끝 통일대교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달려 도착한 민간인 통제구역내 통일촌.

도라산 너머 북한의 인공기가 보이는 이곳에 콘크리트 골조가 끝난 2층짜리 건물 세 개 동에 벽틀을 만들고 지붕을 얹는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한국해비타트.이사장 정근모)가 중앙일보 후원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 (본 행사 8월 5~11일)이 펼쳐지는 전국 6개소 가운데 한 곳인 경기 파주시 군내면 현장이다.

야산을 깎아 조성한 8백70평의 부지에 12세대용 20평형 목조 가옥 세 채를 짓고 있다. 건물 2층에서는 미군 장병들이 크레인으로 지붕 구조물을 얹고 있고, 아래에서는 우리 젊은이들이 열심히 나무에 못을 박고 톱질하고 있다.

김욱섭현장소장(48)은 "지난 6월 공사를 시작해 현재 50% 정도 진척됐다. 카터 전 미국대통령 일행이 도착하는 8월 본 행사 때까지는 완공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공사 자재들은 모두 후원자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구입했다.

건축은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통일촌에 부지를 정한 데는 이 운동을 북한까지 확산하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

자원봉사자는 서울 등지에서 개인별로 온 직장인 등 20여명과 인근 미군부대 장병 40여명등 모두 70여명. 집이 완공되면 입주할 입주 가족 12명도 일손을 돕고 있다.

개인 봉사자들은 이틀 전 한국 해비타트 본부에 참가 신청을 하고 오전 8시쯤 도착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교통비와 식대(4천원)은 모두 스스로 부담한다.

창틀 제작일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효(27.현대투자신탁 근무)씨는 "직장 동료 6명과 함께 왔는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고 말했다.

이곳에 입주할 예정인 노병선(45)씨는 "화훼농업을 했는데 수해로 가진 재산을 모두 잃었는데 내 집을 갖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 며 창고부지를 다졌다.

이곳에서 건축 기술자로 일하는 자원봉사자 캐빈(43)씨는 미국에서 다니던 회사에 두 달간 휴가를 내고 자비를 들여 왔다.

통역을 맡은 다니엘(25)씨는 지난 4월 필리핀에서 왔다. 이날 작업은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오후들어 봉사자들은 더욱 뜨거워진 햇살에 검게 그을리며 땀을 비오듯 쏟았다.

봉사활동을 마친 김규환(32.회사원)씨는 "작업이 손에 익숙해졌는데 직장 일 때문에 하루밖에 못해 아쉽다. 다음에 다시 오고 싶다" 고 말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현재 파주 외에도 아산.군산.진주.태백.경산 등 다섯 지역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 3월 아산에서 첫 삽을 뜬 이후 4, 5월중에 기공식을 가졌다.

가장 많은 80가구를 짓는 충남 아산 현장에는 지난 주말 제일은행 임직원 25명 등 모두 1백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또 12가구를 짓는 전북 군산에는 인근 군인들과 주민 50여명이, 태백에는 인근 병원의 의사와 대학생들 60명이 참여했다.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는 전국 6개 현장에 하루 평균 3백여명의 봉사자들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해비타트는 현재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벌이는 1인 1계좌 갖기 운동에 지금까지 5백여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 자원봉사.후원자 신청.문의=02-2278-8504

홍성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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