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 1377년 흥덕사서 인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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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직지의 원래 제목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이다.

고려말 경한(景閑.호는 백운)스님이 고승들의 법어나 부처님을 찬양하는 게송(偈頌)등에서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들을 뽑아 엮은 책이다. 청주 흥덕사에서는 1377년 이를 금속활자로 인쇄했다.

이 책은 상.하 두권이 한책으로 편찬됐는데 목판본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3본이 온전히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속활자본은 하권만이 전해지고 있으며 전체 39장(가로 17㎝, 세로 24.6㎝, 78쪽)중 제1장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이 책은 1887년 주한프랑스 대리공사였던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해간 책들 사이에 묻혀 있다가 경매를 거쳐 1950년 파리도서관에 기증됐다. 72년 당시 파리도서관에 근무하던 박병선(朴炳善.75.여)박사는 유네스코가 마련한 '세계 도서의 해' 책전시회에 이를 전시해 1455년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78년 전에 인쇄된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이 책의 맨 뒷장 간기에 '淸州牧外興德寺 鑄字印施(청주목외흥덕사 주자인시)' 라는 글귀가 있다.

문민정부 시절 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프랑스와 논의되면서 직지의 반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일기도 했지만 이 책자는 프랑스가 약탈한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반환협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직지에 대한 한국의 집착을 부담스럽게 여긴 나머지 98년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공동으로 하자는 청주시의 제의마저 거절할 정도였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황정하(黃正夏.42)학예실장은 "금속활자 인쇄는 활자제조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이에 맞는 먹 제조에 필요한 고도의 화학적 기술도 뒤따라야 한다" 며 "지식보급에 대한 정열과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그만큼 위대하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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