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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남으로 이동 중…제주도, 발전 가능성 무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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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호 14면

오마에 겐이치가 8일 오후 서울대 국제대학원 소천국제회의실에서 강연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제공]

‘미스터 전략가’로 알려진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7·사진)는 8일 “앞으로 따뜻한 남쪽 지방의 실버타운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스터 전략가’ 오마에 겐이치 서울대 강연

오마에 겐이치는 이날 오후 서울대 국제대학원(원장 박태호 교수)이 주최한 ‘동아시아 시대의 한국 경제와 기업의 전략’ 강연회에서 “실버타운이 아주 매력적인 사업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많은 고령층 인구들이 점점 남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따뜻한 날씨를 좇는 사람들의 습성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을 포함한 몇몇 사업가가 미국 남부 올랜도 디즈니월드 부근에 실버타운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는 자본과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갖고 있는 섬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내용을 주제별로 나눠 요약한다.

동아시아는 사실상 경제공동체로 발돋움
오마에 겐이치는 동아시아의 역내 무역이 무려 55.8%에 달해 사실상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발돋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동북아 지역이 소속 국가들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마에 겐이치의 강연장을 꽉 메운 청중. 정원 146석인 소천국제회의실에 좌석이 모자라 100여 명이 서서 강연을 들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상위 생산(upstream)을, 한국은 하류 생산(downstream)을 담당하고 있다. 대만은 유능한 중개자로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어떠한 제품이라도 여러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경우도 한국·대만·일본의 합작품이다.

현재 환황해 자유무역지대에서 한국은 특히 FDI 측면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역내 무역의 수혜자로서 특히 기계 및 핵심 부품 생산 측면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동북아에는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다. 각국 국내 시장이 발달돼 있으며 자급자족 환경도 조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폭발적이고 한국 재벌기업들은 세계적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일본은 거대한 고령인구 시장과 대중에게 인기 있는 하위 문화를 앞세워 경제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동아시아 국가 간의 초국경적 지역 연결고리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동북아는 사실상 아시아연합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인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중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또한 동북아 안에서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하위문화의 통합은 더욱 더 동북아시아 연합을 강화시킬 것이다.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간의 이주현상에 관한 자료를 살펴볼 때 동북아 국가 간의 대규모 이민현상도 예측할 수 있다.”

중국, 도시가 성장의 견인차
오마에는 중국에 대해선 위안화 절상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위안화 절상은 혁신적 사고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의력과 효율·생산성의 향상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은 플라자 합의(1985년)에 의한 엔화 절상 이후 추진된 일본의 대응방식을 참고해 볼 수 있다. 위안화를 절상한다고 해도 미국의 예측대로 중국 내 생산기지가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미국보다는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 같은 다른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놀라운 성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동력으로는 도시의 급속한 팽창을 들 수 있다. 중국에서는 90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20개였으나 2000년에는 무려 166개로 늘어났다. 2009년에는 다시 220개로 증가했다. 각 도시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중국의 국가정책과 그로 인해 급증하는 도시들은 중국의 높은 성장률을 촉진시킨다. 또한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막대한 외화를 축적했으며, 중국의 철도·도로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를 통한 자동차 및 건설업 수요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세계 제일의 철강산업 및 자동차 생산국가가 될 가능성 또한 아주 커 보인다.”

대만, 작지만 잠재력 큰 나라
오마에는 또한 대만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대만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고도성장에 매우 유리하다고 밝혔다.

“대만 국민은 중국어·일본어·영어 세 가지 언어에 모두 능통해 언어적인 측면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간시장(middle market)의 역할에 집중해 일본에선 부품·기계를, 중국에선 노동력을 수입하는 등 서구 및 동아시아의 중개시장 역할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 수출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는 회사 또한 대만 회사이며,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대만의 경제 성장에 큰 바탕이 되고 있다. 특히 대만은 주요 산업인 EMS(전자제품 위탁생산서비스)/ODM(제조업자 설계 생산)-PC 산업분야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만 기업은 연구개발(R&D) 등에 돈을 쓰지 않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부품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대만 기업들은 자체 생산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대만의 언어구사력과 중국과의 연계 및 불필요한 지출의 감소가 대만 기업의 경제적 성공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 양극화 대비 전략 필요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 사회가 일곱 가지 요인으로 양극화돼 있으며 이를 극복하려면 여섯 가지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요인에는 남한과 북한, 노동자와 기업, 정·관계와 언론, 노령층과 젊은층, 남성과 여성, 해외 진출 엘리트 인력과 국내 잉여 인력, 국내외 원화가치의 양극화 등 모두 일곱 가지가 존재한다. 이런 양극화 현상들을 극복하려면 재벌과 중소기업의 대립, 미·중에 집중된 수출, 산업 공동화와 취업난, 중산층이 사라지는 M형 사회에서의 사회적 긴장감, 이명박 대통령 이후의 리더십, 일본이 아닌 새로운 벤치마킹 모델 국가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복귀는 삼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이건희 회장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도요타 사태로 단기적인 ‘횡재(windfall)’를 누릴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론 한국 기업에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도요타가 실수한 것은 사태 초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업체들도 (이런 실수를) 보고 배워야 한다.”



오마에 겐이치는
23년간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일했다. 전략적 사고에 바탕을 둔 독창적 컨설팅 기법으로 수많은 다국적기업의 경영 성과를 개선하는 실적을 쌓아 명성을 얻었다. 저작·강연 활동도 왕성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94년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그를 ‘세계의 사상적 지도자(경영 분야)’ 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경영·정치·사회·세계화 등을 주제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벌여 지금까지 180여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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