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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아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1호 15면

“제 아내는 저를 변태랍니다. 저는 두 팔 없이 성행위를 합니다. 두 손 다 놓고 자전거를 타란 얘기죠.”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30대 중반의 K씨는 성행위 시 아내에게 손도 못 댄다. 특히 성기 주변에 손이 가면 아내는 습관적으로 손을 툭 쳐버리고 밀어내니 모멸감마저 느낄 정도다.

“남편 손이 닿는 게 너무 싫어요. 괜히 다칠 것 같고, 나쁜 균에 감염될 것 같고….”
K씨 아내의 표현도 일부 일리는 있다. 더러운 손으로 성기 내·외부를 만지면 위생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항균 물비누 등으로 청결 관리를 한 정도라면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성생활에서 성기나 그 주변부에 손을 사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며 변태도 아니란 얘기다.

흔히 여성의 가장 강력한 성감대인 음핵(클리토리스)의 자극이 그렇다. 전희 또는 삽입 성행위 중 손이나 진동기 등으로 음핵을 자극하는 것은 성적 흥분에 도움이 된다. 음핵은 남성의 음경과 동등한 해부·생리 구조로, 여성의 성 흥분 반응에 절대적이다. 아직 음핵 자극을 전희 일부 정도로 여기지만, 성의학자들은 성행위의 필수요소로 강조한다.

질 내의 가장 강력한 성감대인 지-스폿(G-spot) 부위도 마찬가지다. K씨 부부도 이 문제로 갈등이 생겼다. 지-스폿은 질 입구에서 내부로 2~3㎝ 상방 부위에 있는 아주 민감한 성감대다. 실제 피스톤 운동으로 이 부위가 자극을 받아 여성은 극도의 흥분을 느끼게 된다. 삽입 성행위 시 바깥쪽 클리토리스와 내부 지-스폿의 연동 반응에 따라 극치감에 도달할 수 있다. 삽입 성행위 이외에도 전희 시나 남편의 사정 이후에도 손을 이용해 지-스폿을 단독 또는 음핵과 지-스폿의 동시자극에 의해 여성의 오르가슴은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다.

덧붙여 삽입 시도 시 여성의 질 입구를 손으로 열어주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다. 삽입하려 할 때 여성의 소음순이 말려 있는 상태로 억지로 음경을 삽입하면 삽입 시 불쾌감이 생기거나 흥분 반응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치게 여성의 성기에 손을 대는 것은 손상의 위험성도 있다. 간혹 질 내에 손가락을 깊이 넣어 자궁경부까지 건드리는 남성들이 있는데 이는 나쁜 습관이다. 자궁경부에 상처를 줄 뿐 흥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질 내부는 입구 측 3분의 1 이외의 더 깊은 부위엔 아무런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K씨의 아내처럼 손을 못 대게 하는 여성 중에는 지나친 결벽증이나 성에 대한 지나친 억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마음껏 자극을 주고받질 못한다. 성적 불안이나 억제는 성 흥분을 차단하고, 흥분장애나 불감증의 원인요소도 된다. 이런 여성들은 성기뿐 아니라 다른 성감대에 강렬한 자극이 오면 이를 받아들이기보다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극을 회피하면 오히려 그 자극에 점점 더 어색해질 뿐이다. 지나친 느낌에 이를 피하기보다는 반대로 자주 이를 접해 어색함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흔히 성행위라고 하면 성기의 접촉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손이나 입을 비롯한 우리 몸의 모든 부위가 잘만 활용하면 굿섹스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손은 제2의 성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인 만족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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