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경찰…차부숴 시위대 폭력성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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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대치 중인 시위현장에서 경찰관이 길가에 서있던 택시 유리창을 보도블록 조각으로 깨뜨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경북 경주시 천북면 ㈜세광공업 노조원들은 지난달 13일부터 "노조가 강성이라는 이유로 회사측이 위장 폐업을 했다" 고 주장하며 연일 폐업 철회 촉구시위를 벌였다.

7일 오후에도 이 회사 노조원들은 경주 도심에서 가두시위를 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 중인 가운데 경주경찰서 정보과 尹모(50)경사가 도로에 정차 중이던 택시에 돌을 던지고 달아났다.

민주노총 경주시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경찰이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기 위해 사복 경찰관을 동원해 택시 유리창을 깼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시위대가 부순 보도블록을 길가로 치우는 과정에서 실수로 유리창이 깨진 것" 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10일 민주노총이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면서 경찰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尹경장이 택시를 향해 돌을 던지고 달아나는 장면이 정확하게 녹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이날 오후 尹경사를 직위해제하고, 경주경찰서 정보과장.경비교통과장을 전보조치했다.

경주=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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