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폭되는 경제 불확실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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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의 얘기가 서로 다르고, 각종 경제지표들의 움직임도 엇갈린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3.8%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부와 금융연구원은 4%대는 될 것으로 본다. 민간 경제연구소도 3.5%대로 보는 곳이 있는가 하면 4%대 후반으로 예측하는 곳도 있다.

경제 회복 시점에 대해서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3분기부터라고 보지만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부터라고 예측하며 이미 일본형 장기불황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지표들도 일관적이지 않아 생산증가율은 줄어드는데 판매액 증가율은 늘고 있어 경제 앞날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설비투자와 수출에 대한 전망이 다르다. 4개월째 계속 줄어들면서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수출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경제의 향방이 매우 불투명해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크게 위축돼 있는 설비투자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여전히 감소세라 전망이 쉽지 않다. 오히려 기업들은 돈이 있어도 투자를 꺼리고 있고, 잘나가는 삼성그룹까지 대량 감원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부양책을 쓰기도 어렵다.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푸는 것은 기업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해서인데 지금처럼 기업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상황에선 정책의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또 생산성이 1998년보다도 낮아진 현 상황에서 부양책은 인플레이션만 야기할 우려도 크다.

결국 초점은 경기부양책 등 경기순환대책보다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 썩은 곳은 서둘러 도려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서둘렀다면 국민도 이렇게 불안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업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규제는 대폭 풀고, 모든 자원을 신산업 육성 등 경쟁력 강화에 쏟아야 한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최대의 소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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