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재배로 시원한 여름집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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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장마 중간 중간에 선보인 몇차례의 폭염이 올 여름 더위를 예감케 한다.

긴긴 여름을 나려면 돗자리와 선풍기, 부채는 필수. 여기에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초록색 화초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한국원예디자인협회 이사장 김혜숙씨는 "올 여름엔 수경(水耕)재배로 화초를 키워 보자" 고 제안했다.

수경 재배는 화초를 흙이 아닌 물 속에 넣고 키우는 것.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을 살릴 수 있어 한여름 인테리어로 적당하다.

관엽식물이라면 대부분 수경 재배가 가능하고 그중에서도 개운죽.디펜바키아.코르딜리네.신고니움.아그로네마.아레카.스킨다비스.옥시카르디움.스파티필름 등이 물 속에서도 잘 자란다. 하지만 디펜바키아의 줄기나 뿌리를 맨손으로 자르면 살갗이 빨갛게 부어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경 재배는 흙에서 화초 키우기보다 간단하다. 여름엔 일주일에 한번씩, 겨울엔 한달에 한두번 정도만 물을 갈아주면 된다. 관리하기가 쉬워 화초를 키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 여성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김씨가 제안한 여름용 화초 꾸미기의 포인트는 투명한 화병과 하얀 조약돌을 이용하는 것.

김씨는 "투명한 유리병에 초록색 화초를 넣고 하얀 조약돌로 장식하거나, 조개껍질 안에 화초를 넣어 키우면 보기만 해도 시원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고 말한다.

하얀 조약돌은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이나 고속터미널 등에서 쉽게 살 수 있으며, 조약돌 대신 파란색.분홍색 등 색색의 플라스틱 돌멩이들을 놓아도 맑고 시원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이런 소품은 흙 화분 위에 놓아도 효과적이다.

흙 화분에서 기르던 화초로 수경 재배를 하려면 우선 뿌리 부분을 하루 정도 물속에 담가두어 흙과 뿌리를 분리시켜야 한다. 흙속에 있던 뿌리는 약간 갈색빛을 띠고 있는데 물속에서 7~10일 정도 지나면 흐물흐물해진다.

흐물흐물해진 갈색 뿌리를 잘라내고 나면 하얗고 싱싱한 새 뿌리가 나온다. 물은 뿌리 부분의 3분의2 정도가 잠기게 채우는 것이 원칙.

비료는 흙에 주는 것의 두배 정도 묽게 희석해 쓰면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비료인 하이포넥스의 경우 물 2ℓ에 찻숟가락 1스푼(1g)정도를 섞어 쓰면 적당하다.

수경 재배 화초는 흙에서 자라는 화초보다 느리게 자라므로 성장이 늦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 항아리 옹달샘도 애교 있어=김씨가 제안한 또 하나의 여름철 인테리어는 항아리 옹달샘.

작은 항아리에 모터만 달면 물이 퐁퐁 솟는 옹달샘으로 변신한다.

준비물은 조그만 김치 항아리.못과 망치.수반.고무호스.모터가 전부다. 모터는 양재동 화훼시장 등에 가면 6천~1만원이면 살 수 있다. 못으로 항아리 바닥에 호스가 들어갈 만큼 구멍을 뚫고 구멍 가장자리는 모래와 본드로 손질한 후 호스를 끼운다. 호스에 모터를 달고 수반에 물을 채워 놓은 후 전원을 꽂으면 모터가 돌면서 항아리에서 물이 퐁퐁 솟아난다.

만들기는 간단하지만 운치는 그만이다. 무더운 여름나기를 위한 준비로 한번쯤 해 볼만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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