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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구출작전' 14일 개봉 '스파이키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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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할리우드의 악동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33)가 신나는 어린이 활극 한 편을 내놓았다.

1992년 7천달러짜리 초저예산 액션물 '엘 마리아치' 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이변을 연출한 로드리게즈는 그후 '데스페라도' (95년), '황혼에서 새벽까지' (96년)에서 속도감 있는 편집과 강렬한 액션으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그가 이번에 발표한 '건전한' 가족 영화는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 이라고 말해왔다.

'스파이 키드' 는 '매트릭스' 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어른 영화에 '나홀로 집에' 와 같은 순진한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다. 두 어린이가 주연으로 나와 앙증맞은 액션으로 하늘과 바닷속을 가르며 난공불락의 상황을 헤쳐가는 모험담은 스케일이나 기교면에서 '007시리즈' 의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을 능가한다.

실제 영화는 그 만큼 '허풍' 이 세고, 말도 안되는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이라는 잣대만 내던지면 웃어가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재미는 충분하다.

일류 스파이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과 잉그리드(칼라 구지노)는 적으로 만났다가 첫눈에 반해 결혼한 사이다.

지금은 일선을 떠나 두 아이를 키우는 일을 최대 임무로 알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느 날 납치된 옛 동료를 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임무 수행을 위해 출동한 그렉과 잉그리드는 옛 실력이 녹슬었는지 곧 감금당한다. 그러자 딸 카르멘(알렉사 베가)과 아들 주니(대릴 사바라)가 부모 구출에 나선다.

올 봄 미국에서 개봉해 6주 만에 1억2백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스파이 키드' 에는 로드리게즈 감독의 재기가 이곳 저곳에 번득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첨단 소품들. 질겅질겅 씹다가 적에게 뱉으면 전기충격으로 기절하게 만드는 마취용 풍선껌, 중독성 화학약품을 첨가한 기절 비누방울, 그리고 아이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엄지손가락 로봇 등, 발상이 신선하다.

'개구쟁이 데니스2' '트위스터' 등에 출연한 아역 알렉사 베가와 이 영화가 데뷔작인 대릴 사바라의 녹록지 않은연기력이 영화를 이끈다.

반면 '데스페라도' 에서 로드리게즈와 호흡을 맞췄던 '섹시한 아빠' 반데라스는 주도권을 자녀들에게 넘겨준 탓인지 엉거주춤한 모습만 보이다 싱겁게 사라진다.

게다가 간혹 어색한 장면까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를 보기 위해 영화를 택했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극의 초점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비포 선라이즈' 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퍼펙트 스톰' 의 조지 클루니가 카메오로 출연한다. 미국에서 호응이 좋았기에 현재 '스파이 키드2: 잃어버린 꿈의 섬' 이 제작 중이다.

원제 : Spy Kids. 전체 관람가. 14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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