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사이트 '주부라이프' 운영자 장재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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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른 아침 다섯시.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장재명(37)씨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주방 옆 책상의 컴퓨터 스위치를 켠다.

그리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인 '주부라이프' (http://www.jubulife.pe.kr)로 들어가 밤새 올라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클릭해가며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과 두 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기도 하지만 장씨는 하루에도 3천5백~4천명이 다녀가는 홈페이지 주부라이프의 운영자.

지금까지 주부라이프를 다녀간 방문객 수가 지난 6월 30일로 1백만명을 넘었다. 1999년 8월 홈페이지를 연지 만 2년도 안돼 얻은 성과다.

'아이디어 공모' '생활 속 모니터' '모니터 소리샘' 등 세분화한 코너를 통해 기업.관공서의 주부모니터 모집 공고와 모니터 도전기.경험기 등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사회참여에 관심있는 주부들이 찾는 사이트로 알려지면서 일반 기업체와 공공기관의 모니터 담당자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된 것도 특징. 기업의 모니터 모집 담당자들은 이곳에 모집공고를 올리고, 신참 담당자들은 이곳에서 신청서 서식을 다운로드받기도 한다.

◇ 주부라이프 성공 비결=역시 각종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며 주부라이프의 단골손님인 김진경(36)씨는 주부라이프를 가리켜 "능력있고 의식있는 주부들에게 적절한 자극과 동기를 주는 사이트" 라고 말한다.

홈지기인 장씨 자신의 분석은 보다 구체적이다.

첫째, 사이트의 목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주부들의 수다만으로 홈페이지를 이끌어가고 싶지 않았다" 는 그는 " '이곳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 가 분명한 사이트, 즉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개념을 잡은 게 주효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둘째, 엄격하고 철저한 관리도 성공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상업적 의도가 뻔한 광고성.홍보성 글이나, '~했어여' '~였어염' '방가방가' 따위의 인터넷 속어는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운영자인 장씨가 보는 즉시 '공해성' 글들을 삭제해버리기 때문. 익명으로 타인을 비방한 글이나,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이야기도 이곳에서는 보기 어렵다.

"홈페이지 본래의 취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썼다" 는 그는 "성실하고, 긍정적이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다" 고 말했다.

주부라이프 뒤에는 이를 철저하게 '감시' 해온 또다른 특별 모니터도 있다. 바로 장씨의 남편 이태연(39)씨.

장씨는 "모니터로 활동하도록, 또 홈페이지를 만들도록 격려해주고 지지해준 남편은 나와 주부라이프의 모니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고 말했다.

◇ 왜 '모니터' 인가=주부라이프에 들어가 보면 장난감회사.백화점.패밀리 레스토랑.화장품회사.식품회사 등 모니터 요원을 찾는 회사가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95년 소비자보호원 모니터 요원으로 일을 시작한 장씨는 현재도 백화점.패밀리 레스토랑 등의 모니터로, 일간지 통신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성향 탓인지 공정거래위.소비자보호원.시정(市政)모니터 등 공공기관 일이 더 재미있다" 며 "모니터도 자신의 관심 분야와 연계, 일종의 전공분야가 생기게 된다" 고 말한다.

장씨는 "소비자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나의 의견을 업체나 공공기관에 알릴 수 있는 권한과 보람은 모니터의 진짜 매력" 이라며 "기업체 아이디어 공모 등 주부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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