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제 활력 · 국민통합 이중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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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98년 월드컵을 개최한 프랑스는 5억프랑(약 1천2백50억원)의 순수익을 올렸고 대회 후 실업률이 13%에서 11%로 줄어들었다. 프랑스가 우승하자 샹젤리제 거리에는 1백50만명이 몰려드는 등 월드컵은 프랑스의 국민 통합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각 개최 도시에 관광객이 증가하고 산업이 활성화하는 등 프랑스 월드컵은 역대 가장 성공한 대회로 평가됐다.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는 한국개발연구원.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자료와 당시 서울시 파리주재관 보고서 등을 종합해 프랑스 월드컵의 경험과 교훈을 책으로 펴냈다.

◇ 대회 운영

70년부터 84년까지 프랑스 축구협회장을 역임한 페르낭 사스트르와 프랑스의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가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실무에 정통한 두 사람은 잡음없이 원활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정부 보조금 없이 자체 수입만으로 대회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서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확보해 마케팅 조직을 운영했다.

◇ 입장권 판매

2백50만장의 입장권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추고 다양한 특별 좌석을 마련했다. 접대용 좌석(hospitality box)은 무료 주차장과 선물, 1대 1 서비스와 최고급 식사를 제공해 기업의 고객 접대용으로 크게 환영받았다.

◇ 자원봉사

조직위는 축구 관련자.스포츠 협회.대학.월드컵 상업권자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선발했다. 2만여명의 봉사자 중 60%가 여성이었고, 6천여명이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최소 사흘간 교육을 받고 1백50개 분야에 투입됐다.

◇ 안전

프랑스 특수경찰요원(RAID) 5~7명이 1개 조로 구성돼 각 조가 1개국씩 담당해 주요 인사와 선수단의 경호를 맡았다. 이들은 숙식과 행동 일체를 선수단과 함께 하며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엄격하면서도 친절하게 경호 업무를 수행했다.

◇ 월드컵 거부한 도시들

스트라스부르.메츠.낭시는 월드컵을 유치할 충분한 여건을 갖췄음에도 유치를 거부했다. 스트라스부르는 라메노경기장을 개.보수할 경우 주민당 1천프랑(약 23만원)의 지방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메츠는 월드컵을 한번 치르기 위해 2만8천석의 경기장을 4만석으로 늘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개최를 포기했다. 준비 없이 경쟁적으로 월드컵 유치에 뛰어든 우리나라 개최 도시들이 음미해야 할 부분이다.

◇ 10대 경계 사항

프랑스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개최지인 한국과 일본에 10가지 경계 사항을 일러줬다.

①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것에 집중하라 ②대회 정체성(identity)을 고수하라 ③미디어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 ④조직위 내부의 스트레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라 ⑤조추첨 행사에 유의하라 ⑥일반 대중의 유치와 영접에도 신경써라 ⑦입장권 관리에 주의하라 ⑧월드컵이 범국민 행사임을 부각시켜라 ⑨대회 종료 후에도 신경을 써라 ⑩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라.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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