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제패 이바니셰비치] 부상 딛고 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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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내게 윔블던 우승과 인생을 바꾸겠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그렇다' 라고 말하겠다. "

이바니셰비치는 준결승에서 영국의 팀 헨먼(11위)을 꺾은 뒤 윔블던 우승에 대한 집념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결국 이번 우승으로 이바니셰비치는 1992.94.98년 세 차례 준우승에 머무른 한풀이에 성공했다.

이바니셰비치는 1m93㎝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2백㎞가 넘는 강한 서비스를 무기로 지난 92년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으나 고질적인 왼쪽 어깨 부상으로 최근 1백25위까지 추락, 전성기가 끝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본선 3, 4회전에서 미국의 신예 앤디 로딕(33위).그레그 루세드스키(영국.40위)를 잇따라 꺾으며 8강까지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영국의 희망' 헨먼을 3 - 2로 꺾었다. 특히 헨먼과는 이번 대회 전까지 4전 전패로 절대적인 열세였으나 이를 극복한 예상 밖의 결과였다.

이바니셰비치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운이 좋았다. 올해 랭킹 포인트에서 1백위권 밑으로 처져 윔블던 본선 출전 자체가 어려웠으나 그동안 대회성적을 고려한 조직위의 배려로 와일드 카드를 잡는 행운을 잡았다.

둘째,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대회는 강서버 이바니셰비치가 가장 선호하는 무대였다. 공이 잔디 위를 지나면서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파워가 강한 선수일수록 유리하다. 주무기인 가공할 서비스에다 스트로크.리턴의 성공률을 높여 공격전술을 다양화한 것도 먹혀 들었다.

무엇보다 다혈질인 성격을 다스리며 위기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한 것이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한 비결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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