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계] 올림픽 유치 13억의 염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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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열심히 하십시오. 베이징(北京)의 우리들은 당신들이 좋은 소식을 보내 오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 7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나온 자칭린(賈慶林) 베이징 당서기는 모스크바로 떠나는 중국 올림픽 유치단 1백25명에게 이같은 애틋한 당부의 말을 던졌다.

트랩을 오르며 손을 흔드는 류치(劉淇) 베이징 시장이나 위안웨이민(袁偉民) 중국올림픽위원회 주석 등 중국 유치단원들에게선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오는 13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12차 총회에서 베이징이 과연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될지 중국인들은 현재 숨을 죽이며 곧 나타날 결과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袁주석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28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번 모스크바 총회에선 올림픽 유치란 단 한개의 금메달만 따면 되는 것이 아니냐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 중이다.

그러나 1993년 4차 투표까지 가는 격전 끝에 43대 45로 져 시드니에 2000년 올림픽을 양보한 악몽이 되살아날까 중국은 매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인권이 최대 걸림돌이란 분석 아래 서방에서 중국 사형수 장기 밀매 폭로 사건이 터지자 중국 공안(公安.경찰)당국이 즉각 직접 해명에 나서는 열성을 보였다.

사실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러시아 방문 일정을 3일 정도 앞당겨 모스크바로 날아가 유치 운동을 벌이는 게 어떠냐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자칫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판단으로 이 계획은 보류되고 말았다.

대신 중국은 리란칭(李嵐淸)수석 부총리를 파견해 올림픽 유치를 세계에 호소할 예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1백23명의 IOC 위원 중 유치 후보국의 14명 위원과 신병 등으로 결석할 2명의 위원을 제외하면 1백7명의 위원이 투표에 참가, 베이징이 당선되기 위해선 과반수인 54표를 얻어야 한다.

베이징은 13일 투표에 앞서 열릴 마지막 보고에서 상영할 장이머우(張藝謀)감독 제작의 12분짜리 선전물 '2008로 통하는 베이징' 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

뛰어난 영상미로 베이징을 방문한 경험이 없는 많은 위원들에게 베이징 올림픽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각인시킨다는 각오다.

베이징 외 프랑스의 파리, 캐나다의 토론토, 일본의 오사카, 터키의 이스탄불 등 5개 도시가 경합 중인 2008년 올림픽 개최지는 1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오후 11시)쯤 결정되며 중국의 방송은 이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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