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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마징가Z’는 무쇠팔 무쇠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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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마징가Z는 정말 무쇠로 만드나요

무쇠는 녹 잘 슬어 … 만들 수 있다면 ‘희소금속’이겠죠

▶그럼 대표적인 희소금속은 무엇이죠

리튬 : 휴대전화·전기자동차 배터리 만드는 데 사용해요

티타늄 : 녹슬지 않고 열에 강해 전투기 몸체 재료로 쓰죠

▶어느 나라에서 주로 생산 되나요

볼리비아·콩고 등서만 생산 … 서로 확보하려 안달이죠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주먹~♬’.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애니메이션 ‘마징가Z’의 주제곡입니다. 키 5.6m, 몸무게 260㎏의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징가Z가 악당을 무찌르는 장면, 어렸을 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지요. 마징가Z는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화염에 휩싸여도 쓰러지지 않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틴틴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 무쇠는 전문용어로 ‘선철’이라 하는데, 습기에 약하답니다. 물에 닿은 뒤 닦아주지 않으면 쉽게 녹이 슬어버리죠. 불에는 또 어떻고요. 녹는 점이 섭씨 1150~1250도로 비교적 낮습니다. 불에도 약하단 말이지요. 과학원리로 보면 무쇠팔과 무쇠다리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용맹함’이 나올 수가 없는 셈이지요. 그럼 마징가Z는 거짓말 덩어리가 돼 버리는 걸까요?

비밀은 Z에 있습니다. Z는 일본 후지산에서 나오는 미지의 광석이랍니다. (실재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마징가Z는 엄청나게 단단한 데다 물과 불에도 강한 Z로 만들어져 어떤 극한 환경에서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만화 속에서 Z는 미래금속, 희귀금속쯤 되는 셈입니다. ‘무쇠인간 로봇’은 이런 설정을 잘 몰랐던 한국 번역가의 작품입니다. 오해가 풀렸나요?

웬 만화 이야기냐고요? 실제 세상에도 다양한 용도의 미래금속들이 있습니다. 매장량이 많지 않고, 현재 널리 쓰이진 않지만 곧 다가올 미래의 열쇠가 될 금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워낙 드물어 ‘희소금속’이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희소금속 가운데 리튬과 티타늄·희토류·탄탈룸에 대해 같이 알아볼까요?

◆희소금속의 총아 리튬=리튬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화학책을 보니 ‘주기율표 세 번째에 나오는, 제1족에 속하는 원소’라고 돼 있네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리튬은 이미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금속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옆에 있는 휴대전화를 보세요. 안쪽에 리튬으로 만들어진 전지가 들어있습니다. 노트북에도 사용됩니다. 2차 전지의 핵심 부품이지요. 앞으로 리튬의 몸값은 더 뛸 전망입니다.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는, 상용화가 멀지 않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기도 합니다. 산업용 리튬이온전지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0년에 3000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도 나오니, 보석 같은 존재죠.

비싼 몸값만큼이나 까다로운 녀석이기도 합니다. 매장량이 많지 않고, 지역도 편중돼 있지요. 확인된 매장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눠보면 앞으로 7~10년 안에 다 써 버릴 가능성이 큰 걸로 나옵니다. 리튬의 세계 최대 매장국인 볼리비아는 그래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에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인 540만t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첩보전 촉발한 티타늄=희소금속을 확보하려는 각 나라의 열망은 첩보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소련은 미국에 크게 한 방 먹었습니다. 티타늄 때문이었죠. 티타늄은 손목시계부터 자전거·비행기에까지 널리 사용되는 금속입니다. 부식되지 않고 열에 강한 특성 때문입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은 강력한 성능의 정찰기 개발을 시작했지요. 그래서 65년 개발된 것이 SR-71, 이른바 ‘블랙버드’입니다. 세계 최초의 마하3급 초고속기로 2만4000m 이상 고공에서 시간당 26만㎢의 지역을 사진으로 찍어내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음속 세 배의 고속에 따른 공기마찰열에 견뎌낼 수 있는 재질이 필요했습니다. 티타늄이 제격이지요. 문제는 미국산은 순도가 낮아 쓸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면 소련의 티타늄은 품질 좋기로 이름나 있었습니다. SR-71의 제작사 록히드마틴은 중앙정보국(CIA)의 도움을 받아 소련산 티타늄을 대량으로 사들여 블랙버드를 만들어냈습니다.

◆흙인지 금속인지, 희토류=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희토류 원소 또는 금속(rare earth elements or metals)’이고요. 원자번호 57~71번 사이에 있는 15개 원소와 스칸듐·이트륨을 합친 17개 원소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희토류는 ‘산업계의 비타민’으로 불립니다. 휴대전화·하이브리드자동차·렌즈·의료기기 등에 두루 쓰이기 때문이죠. 현재 연간 12만4000t 수준인 수요가 5년 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회색 금’ 탄탈룸=탄탈룸은 ‘콜탄’이라는 광물에서 추출됩니다. 휴대전화·DVD 플레이어의 필수 부품에 사용되고, 틴틴 여러분이 좋아하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도 들어있습니다. 탄탈룸은 몸값이 비싸 ‘회색 금’이란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역시 생산량이 적고 지역이 편중돼 있지요. 최근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 전 세계 매장량의 80%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땅속을 파헤치고 밀림을 불태워가며 콜탄 채굴에 혈안이 돼버렸지요.

문제는 콜탄이 반군의 자금줄이 되면서 ‘핏빛 광물’이 돼 버렸다는 점입니다. 콜탄 채굴권을 장악하고 있는 반군은 주민들을 몰아붙이며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강제 노역에 동원된 주민들은 삼엄한 감시 아래 목숨을 걸고 콜탄을 캐내고 있습니다. 휴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지반이 무너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유엔은 정보통신 기업들이 콩고산 콜탄을 구입하지 못하게 제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을 혹사해 채굴한 콜탄은 우간다·르완다 등 인근 국가를 거쳐 말레이시아·태국·중국 등의 중간상인에게 판매됩니다. 이후 원산지가 뒤바뀌어 전 세계로 팔려 나갑니다. 슬프고 아픈 금속인 셈입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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