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경주’ 얼마나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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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는 달빛도 새로운 감흥을 준다.관광객들이 천년고도 경주 분황사에서 백등을 들고 분황사탑을 돌고 있다. 촬영 협조: (사)신라문화원.

올봄 아무래도 경주가 수상하다. 한국의 관광산업이 앞 다퉈 경주를 주목하고 나선 형국이다. 조목조목 짚어본다.

올 1월 말. 한국관광공사가 2010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그 자리에서 관광공사는 ‘경주 관광 리모델링’을 첫 번째 전략사업으로 내세웠다. 경주는, 19쪽에 이르는 사업계획서에서 한 곳을 콕 집어 언급한 유일한 사례였다. 사업계획서를 따르면 경주는 2014년까지 명품 관광도시로 육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관광공사의 각별한 경주 사랑에 동참하는 입장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올해 지방 관광 지원용으로 책정된 예산을 우선 경주에 투입하기로 했다”며 “수십억원대는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방문의 해 위원회도 경주에 애정을 보내고 있다. 한국 방문의 해 위원회는 올해 두 번 대형 축제를 여는데, 한 번을 경주에서 개최한다. 이른바 한류축제. 내로라하는 한류스타가 올가을 경주에 집결한다. 올해 안에 경주역을 경유하는 경부선 고속열차도 개통될 예정이다. 그러면 경주는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로 확 당겨진다.

왜 경주일까. 모종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 건지는 알 길 없지만, 정부의 경주 재건 프로젝트가 마냥 뜬금없는 건 아니다.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 도시다. 아니 경주는 세계적인 역사 도시다. 실크로드의 동쪽 기착지이자 종착지가 바로 경주다.

무엇보다 경주는 천년 신라의 숨결을 오롯이 품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는 국보만 30개를 보유하고 있고, 보물도 75개나 된다. 국가 지정 문화재 2950개 중에서 198개가 경주에 있다(2007년 3월 기준).

경주는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두 건이나 보유한 한국 유일의 도시다. 석굴암·불국사가 하나고, 경주 시내를 5개 지구로 나눠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가 나머지 하나다. 경주시 전체 면적의 4분의 1 이상이 세계문화유산이다. 경주 북쪽의 양동마을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마친 상태다. 6월이면 결과가 나온다.

경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들러본 여행지다. 한데 바로 이 ‘한번쯤’에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간직한 경주의 추억은 수십 년 전 수학여행이 전부다. 20년 전만 해도 경주엔 1년에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요즘엔 700만 명도 넘기기 힘든 형편이다.

당신은 경주의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이리저리 쓸려 다니며 대충 훑어봤던 석굴암·불국사가 경주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닌가. 당신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경주의 모습은, 경주 본연의 것이 아니다. 철부지 시절의 왜곡된 추억이다.

이번 주 week&은 당신에게 다시 경주를 권한다. 경주는, 경주를 한 번 가본 당신이 꼭 다시 가야 할 곳이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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