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TV 방영 '큐빅스' 제작 조신희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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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면 티셔츠에 남방,반바지에 샌들.어딜 봐도 ‘사장님’의 차림은 아니다.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만난 애니메이션 제작사 시네픽스의 조신희(39)사장.그와 차림새가 비슷한 70여명의 애니메이터들은 다음달 11일부터 6개월간 미국의 키즈WB(워너 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될 3D 애니메이션 ‘큐빅스’를 만드느라 더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

2040년 미래의 도시에서 로봇 큐빅스와 아이들이 벌이는 모험을 그린 '큐빅스' 의 미국 방영은 여러 모로 눈여겨볼 만한 '사건' 이다.

무엇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에 늘 걸림돌이 되던 배급 문제를 확실히 해결했다는 점이 그렇다.

'포켓 몬스터' 의 미국 내 라이선스 사업을 총괄하는 포키즈 엔터테인먼트가 미국.유럽 등의 배급을 맡는다.

키즈WB 방영 시간도 어린이 프로로서는 '골든 아워' 라고 할 수 있는 토요일 오전 10시30분으로, '포케몬' 과 '엑스멘' 의 사이에 낀 '행운의 편성' 이다. 일본 배급은 역시 '포케몬' 의 배급사 JR기획이 맡는다. 시네픽스는 미국의 경우 매출의 14%를 로열티로 받는다.

TV 방영과 동시에 게임.캐릭터 상품이 출시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버거킹에서 어린이 세트메뉴에 '큐빅스' 로봇 인형을 끼워 주는 등 홍보 전략도 치밀하다.

조사장은 "필요한 만큼 시간과 돈을 들이면 작품이 나온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게 가장 큰 수확" 이라고 말한다.

'큐빅스' 는 1998년에 기획에 들어갔다. 3분짜리 데모 테이프를 만드는 데 2년 가까이 걸렸다.

제작비는 편당 2억6천만원. 보통 편당 1억원 드는 국산 TV물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이다.

순제작비만 70억원 가까이 드는 대작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초반부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제작진은 국내에서 하청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했다. "하청을 하던 습관이 몸에 배이면 독창적인 그림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 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등장 인물이 얼핏 서구적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워너 브러더스 관계자들은 "동양적인 캐릭터" 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조사장은 "전세계 방영을 염두에 두고 '무국적' 캐릭터를 만들었다" 고 말했다. 유럽 지역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가급적 영어 표기보다는 그림으로 표시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썼다.

그는 기술.운영 등에서 '토이 스토리' 를 만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 스튜디오를 모델로 꼽는다. 시네픽스가 주 5일 근무를 고집하고 사무실을 PC방을 닮은 구조로 만들어 개인마다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등의 노력도 이 때문이다.

"3D에서 가장 힘든 게 인물 캐릭터입니다. 픽사도 곤충이나 로봇에 주력했지요. '큐빅스' 는 인물 캐릭터의 자연스러움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려놨다고 자부합니다. "

미국 어린이들이 '포케몬' 을 찾듯 '큐빅스' 에도 몸살을 앓을지 자못 기대된다.

기선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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