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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시대 현장을가다]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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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버려지는 탯줄과 태반이 암 치료의 총아로 부각되고 있다. 제대혈(탯줄과 태반에서 추출한 혈액)조혈모세포이식술이 국내 의료계에 널리 확산하고 있기 때문.

한국골수은행협회가 최근 부산.경남골수은행과 삼성서울병원, 바이오 벤처인 메디포스트와 공동으로 제대혈을 공유하는 중앙제대혈센터를 설립했으며 바이오 벤처인 히스토스템과 가톨릭의대 연구진이 만든 가톨릭제대혈은행도 일본.중국 등과 기술교류를 위한 아시아제대혈은행을 설립하는 등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을 놓고 국내 의료기관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이란 탯줄과 태반에서 채취한 1백㏄ 정도의 혈액에서 25㏄의 조혈모세포(혈액을 만드는 세포)를 분리해낸 뒤 영하 1백96도의 액화질소탱크에서 보관했다가 골수이식이 필요한 백혈병 등 환자에게 이식해주는 치료법.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술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3천여건이 시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시술을 필두로 여의도성모병원 등에서 지금까지 30여명에게 시술됐다.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기증자가 적다는 기존 골수이식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 우리나라 백혈병 환자 3명 중 2명이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지 못해 사망한다.

그러나 제대혈은 버려지는 탯줄이나 태반을 이용하므로 기증자의 부담이 적은데다 6개의 조직적합성 항원 타입이 모두 일치해야 하는 골수이식술과 달리 4개만 일치해도 되며 이식 후 거부반응도 적은 것이 장점이다. 대상자는 주로 백혈병 등 혈액암과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김동욱 교수는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은 골수이식과 달리 충분한 양의 조혈모세포를 추출해낼 수 없어 어린이 환자나 체중 50㎏ 이하의 성인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이 좋다" 며 "50㎏ 이상의 경우라도 기증자가 없는 등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두 개의 제대혈을 동시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구홍회 교수는 "조혈모세포를 체외증폭시키거나 일부 세포를 간엽모세포로 분화, 확장시켜서 이식하는 방법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어린이와 성인에게도 시술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성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도 좋아져 미국 등 선진국에선 소아와 성인 비율이 3대1로 성인환자 비율이 늘고 있다. 성공률은 기존 골수이식술과 비슷한 수준. 산모가 탯줄과 태반의 기증에 동의하면 조직적합성 검사 등을 거쳐 보관한다.

탯줄과 태반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무상 기증과 달리 돈을 내고 보관하는 서비스도 있다. 장래 자신의 자녀에게 백혈병 등 암이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산모의 태반과 탯줄을 사적으로 보관하는 것. 대개 15년 보관에 1백만원의 비용이 든다. 15년 이내 자녀에게 백혈병 등 암이 생겨 태반과 탯줄이 필요할 확률은 대략 6백40분의1.

어느 경우든 문제는 보관 중인 제대혈을 실제 환자에게 이식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 제대혈 조혈모세포를 추출.보관해주는 서비스를 대행하는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현재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은 보험적용이 안돼 4천만원 안팎의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한다" 며 "98년부터 보험이 적용된 일본의 경우 보관 제대혈은 5천1백여개지만 지금까지 3백59명에게 시술했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등 환자가족 동호회가 지난 6월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술의 보험적용을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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