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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에 경종이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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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실종됐거나 순직한 장병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정부와 군의 대응 조치에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큰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군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가 걱정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할 것이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어뢰에 의한 피격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 같다. 어뢰는 기뢰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다. 그렇다면 누가, 왜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했을까 하는 의문이 앞선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다양한 국적의 잠수함이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방인 미국을 비롯하여 주변국들이 우리 영해에서 우리 해군 함정을 대상으로 어뢰를 발사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누구의 소행인지가 분명해진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사건 발생을 전후한 수일 동안 3~4척의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했고, 그중 두 척을 추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발표를 미루어 볼 때 천안함 침몰과 북한 잠수함이 서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심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군이 북한의 무력 도발 행위를 밝혀 낼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찾는 일이다. 만약 우리 해군 함정의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입증될 경우, 이는 명백한 무력 도발이자 선전포고다. 그렇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의 안보 태세에 빈 틈이 생기지 않도록 국방 태세 전반을 재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보여준 우리 군의 작전 및 대응 조치는 미흡한 수준이고, 완벽한 국방 태세가 갖춰졌다고 주장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고 판단된다. 분단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야욕에 따라 천안함 침몰사건보다 더 긴박하면서도 강도 높은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나아가 전쟁 상황으로까지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예정대로 2012년 4월에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고 한미연합사가 해체된 상태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현재 수준의 전력으로는 최상의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튼튼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만이 이 나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따라서 우리 군이 완벽한 대응 능력을 갖출 때까지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은 전면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야기된 군사기밀 누출과 인터넷을 통한 악성 루머 등에 대한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군은 언론의 집요한 정보 공개 요구와 왜곡된 여론에 대응하느라 중요한 군사기밀을 유출시키는 우를 범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일부 네티즌은 악성 루머의 유포를 비롯하여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선전·선동을 일삼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제재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두 가지는 군사적 차원의 취약점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뿌리부터 와해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차제에 군사기밀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악성 심리전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강구해 나가야 한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정확한 원인은 함정을 인양해야 알 수 있으므로 군을 믿고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군은 오직 국토 방위에 목숨을 건 집단이다. 이런 군을 우리가 믿지 못한다면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국민과 언론이 모두 ‘위기일수록 결집해야 안보가 바로 선다’는 지혜를 되새겨야 할 때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우리 군에게 국가안보의 틀을 바로잡으라는 경종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한편, 튼튼한 국방 대비 태세를 재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세환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