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연중 최저 수준…바닥기는 거래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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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가의 그림자인 거래량이 연중 최저 수준을 사흘째 맴돌고 있다. 증시의 후행지표인 고객 예탁금마저 한 달새 1조2천억원이 줄어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먹을 게 없는 장(場)' 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고 외국인의 매매 패턴도 들쭉날쭉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지표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며 비관은 이르다고 지적한다.

◇ 곤두박질한 거래량〓증시 관계자들은 박스권 주가보다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달 21일 4억4백만주에 달했던 거래소 거래량은 지난 2일 2억1백67만주로 또 다시 최저치를 경신하며 열흘 만에 절반으로 꺾였다. 거래대금도 1조1천83억원으로 4월 16일 이후 최저 수준이고 고객예탁금은 7조7천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거래량 감소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 있지만 국내외 경제전망이 불투명해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액면가 이하의 종목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면서 데이트레이딩이 줄어든 것도 한몫 했다.

가치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기술주는 바닥을 헤매면서 '아무리 살펴봐도 투자할 종목이 없다' 는 인식도 거래량의 발목을 잡고 있다.

◇ 거래량 2억주는 변곡점=외환위기 이후 거래량이 2억주대로 줄어든 것은 여섯 차례였다. 이 가운데 주가가 두자릿수 이상의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5회였고, 네차례는 주가가 크게 올랐다.

거래량이 2억5천만주로 떨어졌던 지난해 12월 26일 이후엔 주가가 24%나 올랐다. 또 거래량이 2억1천만주와 2억2천만주에 머물던 지난해 5월 23일과 1999년 10월 25일 이후에도 주가가 각각 23%와 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진 것은 올해 3월(-8%)과 지난해 8월(-28%)의 두차례에 그쳤다.

대신증권 신용규 연구원은 "과거에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경우 일정기간의 조정장세를 거친 뒤 큰 폭의 지수 변동이 나타났다" 며 "거래량 2억주는 주가가 변곡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 라고 분석했다.

◇ 연.기금 투입에 기대=상승을 점치는 쪽은 초읽기에 들어간 국민연금의 기금 투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13개 운용사를 선정한 국민연금은 지난 2일 운용사 실무자를 불러 "이번 주에 6천억원의 기금을 투입할 예정" 이라며 준비를 당부했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기금이 투입되면 운용사들은 2주 안에 기금의 90% 이상을 증시에 투입해야 한다" 며 "말라붙은 증시에 단비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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