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파문·어업분쟁… 한·일 갈수록 꼬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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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을 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던 한.일관계가 최근의 역사왜곡교과서 파문과 뒤이은 어업분쟁으로 경색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내각이 "일본의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감내하겠다" 는 입장이어서 현해탄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한.일 관계가 본격적으로 긴장 국면에 들어갈 시점은 역사왜곡교과서와 관련, 우리측 재수정 요구안에 대한 일본 문부성의 공식 검토 결과가 발표될 내주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검토 결과는 언론보도 등으로 미뤄볼 때 우리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생색내기' 수준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정부는 근.현대사에 대한 근본적 수정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재수정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워놓았다. 특히 정부는 추가 대일(對日)문화개방 연기 등 그동안 검토해 온 외교대응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예정이어서 한.일관계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어업분쟁' 도 가뜩이나 꼬여 있는 한.일관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남쿠릴열도 수역 조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우리측 입장과, 일.러 영토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권적 문제임을 강조하는 일본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일본 어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대체어장을 제시할 입장도 아니어서 심각한 외교마찰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어선은 오는 15일부터 남쿠릴열도 조업에 착수할 것" 이라며 "일본이 우리 어선을 나포하지는 못하겠지만 무력시위 정도는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 말했다.

◇ "선거가 중요하다" =일본 연립여당 간사장 세명이 오는 8일 방한해 역사교과서 수정과 어업분쟁,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전달할 내용은 '일본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 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오는 29일에 있을 참의원 선거 및 10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출에 정치적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 일본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는 참의원 선거 압승을 위해 주변국을 배려하는 정책보다 자국 중심적 정책을 강화하면서 보수색깔을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면서 "따라서 당분간 한국.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은 불가피하다" 고 진단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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