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인물화의 대가 '석지 채용신' 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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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리나라 근대 인물화의 전형을 이룩한 화가로 꼽히는 석지 채용신(1850~1941). 그의 예술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하는 '서거 60주년 기념 석지 채용신' 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열리고 있다(8월 26일까지).

이번 전시는 사후 2년만에 열렸던 유작전(50여점 전시)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행사. 채용신이 즐겨 그린 초상화를 비롯해 비교적 덜 알려진 화조도.영모화 등의 그림과 편지, 초상화 제작을 위한 신문광고, 유작전 관련 자료 등 60여점을 보여준다.

이중 최익현의 초상화는 섬세한 붓놀림으로 얼굴의 주름, 수염 한올까지도 생생하게 묘사해 인물의 '마음까지 그렸다' 던 우리 초상화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팔도미인도' '병풍' '관음보살도' '산수화' '화조도' 등도 눈길을 끈다.

석지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전통에 명암법을 도입해 농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거나 사진을 활용하는 등 서양미술의 기법을 적극 수용해 초상화의 새로운 유형을 일궈냈다.

그는 역대 임금에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애국지사들의 초상을 그려 민족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독특한 표현기법과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당대에 이름을 떨쳤으나 이후 종합적인 전시와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가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격변기에 활동했던 데다 초상화의 특성상 대부분의 작품을 당사자의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20여곳의 소장처에서 빌린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깊이있는 작가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02-779-531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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