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새로운 4년] 세계의 반응 - 2. 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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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러시아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부시의 재선이 유력해지자 서둘러 "미국 국민이 (테러리스트들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축하 의사를 밝혔다.

◆ 뜻맞는 테러 강경책=양국 정상은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4년 동안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푸틴은 테러와 전쟁 중인 부시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였다. 부시도 "국제 테러단체와 연관있는 체첸 분리주의자들을 강경진압해야 한다"는 푸틴의 주장에 동조해왔다. 크렘린은 체첸 내 인권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러시아의 체첸 강경책을 지지하거나 용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공화당 정권과 밀착=러시아는 미국에서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 미.러 관계가 훨씬 좋았다고 보고 있다. 외교정책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민주당에 비해 실용적인 노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도 선거운동 기간에 러시아의 민주주의 후퇴, 언론.기업 탄압, 체첸 내 인권유린 문제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케리가 당선됐으면 러시아와 마찰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반면 부시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었다.

◆ 북핵 해법도 일치=케리는 선거운동 기간 중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북.미 양자 접촉을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는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의 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희망하는 러시아로선 부시의 재선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 경제계도 환영=러시아 경제계는 케리가 승리하면 미.러 경제협력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해왔다. 실제로 케리는 러시아 인권문제 등을 들어 미.러 정보기술(IT) 기업 간 협력사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었다. 반면 부시는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한층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對)중동 강경정책을 써온 부시의 재집권으로 고유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러시아엔 반가운 일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 니콜라이 페트로프 박사

"부시, 러시아 인권문제 외면 못할 것"

"미.러 관계가 좋았다 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니콜라이 페트로프(46.사진)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 선임연구원은 미.러 밀월기가 계속될 것이란 낙관론에 다소 비판적이다. 그는 "부시도 러시아 국내 정치의 반인권.비민주적인 경향에 대한 미국 여론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부시의 '내 편 아니면 적'이란 비타협적 태도가 더욱 심해질 경우 미국이 '불량 국가'로 찍은 북한.이란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인 프랑스.독일 등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불협화음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제국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 푸틴 집권 이후 강대국으로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의 대외정책과 언젠가는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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