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가지 추징 실상] 신규독자 무료구독도 접대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당국과 언론사 관계자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무가지(無價紙)다. 법상 과세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세금도 전체 신문사 추징세액(사주 개인부분과 방송사 제외)의 30%인 6백88억원이나 됐다.

일반인들은 '유가지의 20%를 초과하는 부분에만 세금을 매겼다는데 신문사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무가지를 뿌렸기에 세금이 그렇게 많은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여기에는 신문업종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우선 신문사가 신규 독자에게 제공하는 2~5개월의 무료 구독이 감안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는 이를 비과세 대상인 일반 기업의 시제품.샘플 제공.무료 사용기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 기간의 물량까지 모두 접대비로 간주해 과세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상임위에서 안정남 국세청장은 "무가지를 찍는데 들어간 원가는 과세 금액에서 뺐다" 고 답변했는데, 실제론 원가가 포함된 신문단가를 기준으로 관련 세금이 추징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세무조사와 달리 이번에 무가지에 대해 과세한 점에 대해 국세청은 95년 예규로 과세 근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법적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유가(有價)부수 개념도 문제다. 신문사들은 지국과 계약할 때, '본사 물량' (지국이 판매대금을 본사에 납입해야 하는 부수)과 '지국 물량' (수금액이 모두 지국 수입이 되는 유가지와 판촉.확장용으로 쓰이는 무가지로 구성)의 비율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배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산간벽지 지국은 본사 납입 비율을 낮게, 도심 아파트 밀집지역 지국은 높게 책정한다.

그런데 국세청은 이번에 유가지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지국 물량 대부분을 무가지로 간주했다. 지국 물량 중 유가지는 현황 파악이 힘들어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그동안 신문협회.공정위 조사 등에서 무가지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중앙일보가 무가지 관련 세금은 2백80억원으로 가장 많이 부과받았다.

중앙일보는 96년부터 본사.지국 물량 개념을 없앴다. 대신 물량 전체를 본사가 관리하되 배달비용이 많이 드는 지국에는 판매금액당 본사에 납입하는 금액을 낮춰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높게 책정했다. 이 경우 무가지가 줄어들고 유가부수의 파악도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어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중앙일보에 대해서만 별도 기준을 적용했다. 지국별 판매단가를 다르게 책정한 것은 특정 보급소(싸게 파는 곳)에 이익을 준 것이라며 접대행위로 간주, 차액분에 세금을 매겼다.

국세청측은 "지역별로 배달비용에 차이가 있다면 구독자들에게서 구독료를 서로 다르게 받음으로써 해결할 일이지, 같은 제품을 유통단계에서 서로 다르게 공급하는 것은 세법상 접대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이효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