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봅시다] 디카<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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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진을 먼저 보세요. 어느 편이 먹음직스러운가요? 당연히 오른쪽이겠죠? 비법은 화이트 밸런스(white balance) 기능을 사용한 겁니다. 필름카메라에는 없는 기능이지요. 즉 화이트 밸런스를 다르게 조정해 촬영한 겁니다.

화이트 밸런스는 글자 그대로 흰색을 흰색답게 나오도록 만들어 주는 기능입니다. 사람의 눈과 뇌는 정교한 컴퓨터입니다. 그래서 형광등 혹은 백열등 혹은 그 어떤 빛 아래에서도 빨강은 빨강으로 파랑은 파랑으로 자동인식하게 만들어 줍니다. 만일 이렇게 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낮에 보던 신호등이 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서는 다른 색으로 인식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우리 눈은 햇빛 아래서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옷가게에서 멋져 보인 옷이 밖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바로 실내 불빛과 햇빛의 차이, 즉 색온도 차이 때문이죠.

가열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달궈진 흑연막대기의 색이 달라지는 과학실험을 보신 적이 있나요? 이 현상을 연구한 사람이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색온도 단위는 영어 대문자인 K를 쓴답니다. 즉 빛의 색깔을 온도로 표시한 것이 색온도입니다.

맑은 여름날의 햇빛은 5500K입니다. 일몰 때는 2000~3000K, 구름 낀 흐린 날은 7000K입니다. 그리고 할로겐 램프는 3300~3400K, 형광등은 색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3500~4500K 정도입니다.

참고로 일반적인 필름은 밝은 햇빛인 5500K에서 제대로 색이 나오도록 만든 것이죠.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의 오토(auto) 화이트 밸런스는 어떤 상태이든지 햇빛 아래서 촬영한 것과 비슷하게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이죠.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죠. 왼편은 태양광 상태로, 오른편은 백열등 상태로 맞춘 것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식당은 백열등으로 실내조명을 했습니다. 이제 응용해 보죠. 일몰을 멋지게 찍고 싶습니다. 화이트 밸런스를 어디에 맞춰놓고 찍으면 좋을까요? 직접 해보세요.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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