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뛰는 반도체 값이 일등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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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년 전만 해도 공급 과잉에 따른 시세 급락으로 회사 내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반도체가 지난해 여름부터 가격이 꿈틀거리더니 올 들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실제 1Gb(기가비트) DDR2 D램의 고정 거래가격(거래처와 장기 공급 계약가격)은 지난해 1월 0.81달러에서 지난달 2.31달러로 세 배 가까이 됐다. 16Gb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지난해 1월 2.31달러에서 11월 5.28달러까지 뛰었다가 지난달 초부터 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로서 경쟁사보다 뛰어난 미세공정 기술을 앞세워 영업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미세공정 기술은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가령 30나노급 D램은 40나노급보다 생산성이 60%가량 높다. 일본 엘피다 등이 40나노급 D램 공정을 깔아 따라붙으면 삼성은 올 하반기 30나노급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해 생산성 격차를 더욱 벌릴 태세다. 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경기는 2분기가 더 좋을 것”이라며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 효과도 삼성의 낸드플래시 매출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류인 고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우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가 비수기라 마케팅 비용이 지난해 4분기보다 줄어들면서 영업실적 개선에 보탬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을 이끈 삼성전자는 6월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3차원(3D) 입체 TV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 100조원 매출과 10조원 영업이익을 동시에 돌파했다. 올해는 150조원 이상의 매출에 1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기업분석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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