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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단지 '루시드코리아' 지방이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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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북 봉화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오지(奧地)다. 교통이 불편하고 별다른 자원도 없어 산업이라고 해야 농업이 전부나 다름없다. 군(郡) 전체 제조업체 수가 가내공업 수준까지 합쳐 30여개에 불과하다.

최근 공장 유치를 둘러싸고 빚어진 수도권 공장총량제 갈등도 봉화군에는 먼 나라 얘기다. 그런 이곳으로 서울의 한 업체가 본사까지 옮겨온 후 급성장하고 있어 화제다. 콘택트렌즈 생산업체인 ㈜루시드코리아(사장 李鍾憲.43)가 봉화군 봉화농공단지로 공장을 이전한 것은 1999년.

96년 서울 성동구 성수1가 1백20평짜리 공장을 임대해 창업한 후 사세가 확장하자 더 넓은 공장을 찾던 중 매물로 나온 봉화의 2천평짜리 공장을 매입했다.

봉화군은 취득세와 등록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관리.생산직 직원채용 때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극진하게 '귀한 손님' 을 맞았다.

루시드코리아로서도 산골로 공장을 이전한 효과가 예상보다 컸다. 청정환경 때문에 불량률이 15%에서 7%로 떨어지고 생산직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면서 제품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길도 열렸다. 이에 루시드코리아는 지난해 본사와 연구소까지 몽땅 봉화로 옮기고, 백내장을 억제하는 수정체낭 확장고리 안정링과 각막의 굴절률을 낮추는 각막굴절 교정 콘택트렌즈 등 신제품도 개발해냈다.

지난해 2백7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루시드코리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백억원. 콘택트렌즈 분야에서 국내 1~2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다.

상복(賞福)도 터졌다. 지난해엔 중소기업청이 주는 제1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동상을 받았고 과학기술부의 IR52 장영실상도 탔다. 올해는 경북도가 선정하는 '2001 세계일류 중소기업' 으로 뽑혔다. 李사장은 "봉화로 오고 나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 며 "업종에 따라선 지방이 더 유리한 것도 얼마든지 있다" 고 말했다.

봉화=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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