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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망명자들] 아인슈타인·쿤데라도 난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상대성이론으로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1년 뒤 태어나고 자란 독일에서 몰래 도망쳤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지만 나치에 대한 충성을 거부한 유대인 신분으로 그곳에서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벨기에로 도주했다가 암살위협 속에서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다시 도망친 뒤 이후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로 옮겨가 통일장이론 연구에 만년을 바쳤다.

공화주의자였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1851년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로 제정(帝政)을 수립하려 하자 조국을 떠나 영국령 저지섬과 간디섬에서 19년간 난민생활을 했다. 명작 『레 미제라블』은 이때 쓰여진 작품이다. 그의 조국은 그가 85년에 타계했을 때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며 그를 기렸다.

유엔난민협약에는 난민을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단체 가입 또는 정치적 의견 때문에 처벌받을 것에 대한 분명한 두려움 때문에 조국 또는 거주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꺼리는 사람' 으로 규정하고 있다.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로 낯선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만 했고, 그 중에는 인류 발전에 뛰어난 공헌을 한 경우도 많았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최근 난민협약체결 50주년을 맞아 각 분야에서 명성을 날린 난민 1백50여명을 웹사이트(http://www.unhcr-50.org/gallery/igallery.html)에 소개했다.

여기에는 아인슈타인.위고를 비롯해 전체주의 이데올로기 연구에 평생을 바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사회변화를 정확히 예언해온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등도 포함됐다.

영화감독으로는 '아파트를 빌려줍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빌리 와일더가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는 독일에서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영화를 만들다 정부의 탄압을 받자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해 아카데미상을 세차례 수상하는 명감독이 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느림』의 저자 밀란 쿤데라 역시 망명자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사회주의 사회의 비뚤어진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농담' 등의 글 때문에 정권의 탄압을 받던 그는 75년 난민의 신분으로 프랑스에 정착했다. 그는 글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냉소로 일관하고 있다.

영국의 백화점 체인 '막스 앤 스펜서' 를 창업한 러시아인 미하일 막스처럼 사업가로 성공한 경우도 적지 않으며 최근에는 수단에서 영국으로 망명해 슈퍼모델이 된 알렉 웩 처럼 다양한 직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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