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안영길-조훈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黑 87은 중앙 지키며 공격 노리는 수

제5보 (81~100)=81로 지켰을 때가 이 판의 하이라이트. 중앙 일대에 도사린 흑의 방대한 잠재력을 백은 어디서부터 지워나갈 것인가.

安4단은 거의 노타임으로 82에 두었다. 그러고는 곧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무한한 자책에 빠져들었다.

'참고도' 백1로 어깨 짚는 수가 정답이었다. 어깨짚기는 보통은 삭감수단에 불과하지만 이 경우는 너무도 통렬해 흑은 거의 응수가 없을 정도였다(이 수가 그토록 통렬하다면 81도 방향이 83쪽이란 결론이 나온다).

백1에 대해 흑은 응수하지 않고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을 밀더라도 중앙 흑세를 잠식하는 악수가 된다.

밑으로 길 수는 없어 흑2쪽을 밀어 틀어막더라도 백7 정도로 모양을 잡으면 이 백은 공격당할 돌이 아니다.

그 찬스를 놓치고 82같은 어정쩡한 곳을 두었으니 한탄이 절로 새어나오지 않을 수 없다. 曺9단은 7분을 숙고하더니 83에 지켰고(아직도 어깨짚기는 유력하다. 또 백은 이제 A까지 들어올지 모른다) 安4단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19분 동안 후회와 자책의 시간을 보낸 끝에 安4단은 84, 86으로 우변을 갈라쳤다. "82와 83의 교환으로 바둑이 불리해졌습니다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87이 근사한 수였습니다. " (安4단)

87은 중앙을 지키며 공격을 보는 曺9단 일류의 감각이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