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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 대통령·총리 도주 무정부 상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인구 2백만의 마케도니아가 대혼란에 빠졌다.

옛 유고연방 내 한 공화국이었던 마케도니아 정부가 그동안 무력분쟁을 일삼아온 알바니아계 반군과의 휴전에 합의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사당을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무정부 상태가 된 것이다.

시위대는 25일 오후 알바니아계 반군이 유엔평화유지군(KFOR)의 호위를 받으며 거점지역에서 철수하자 수도 스코페의 의사당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최대 6천명까지 불어난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가 포함된 의사당에 들어갔을 때 휴전문제를 논의하던 보리스 트라이코브스키 대통령과 류브코 게오르기에브스키 총리 및 각 정당 당수들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외신들은 경찰과 군이 경고사격을 가했으며 총기를 소지한 시위자도 목격했다고 전했으나 유혈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CNN방송 등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 대통령과 총리의 신변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행방은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중재로 정부군과 알바니아계 반군과의 휴전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반군들이 주요 활동지역인 아라치보노에서 2㎞ 퇴각해 니코스타크로 이동하면서 발생했다.

휴전협정에 따라 정부군이 물러난 채 무기를 손에 든 반군들이 KFOR이 제공한 버스와 트럭을 타고 유유히 이동하자 슬라브계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이들은 "반역자 트라이코브스키 사임하라" 고 외쳤고 대통령 관용차 등을 파괴했다.

날이 어두워진 뒤에도 시위는 계속됐고 군인들도 가세해 혼란이 장기화 할 전망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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