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활 이렇게 한다] 19. '교촌치킨' 운영 박종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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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서 닭고기 체인업체 '교촌 치킨'을 운영하는 박종희씨는 한빛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은행의 구조조정 와중에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지난달 중순 치킨점을 차렸다.

시작한지 한 달 남짓이지만 벌써 하루에 40~50마리씩 팔며 6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프랜차이즈업에 관심〓朴씨는 은행에 있을 때부터 '자기 일' 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직장문을 나섰다.

매일 마땅한 가게터를 찾아 다녔으나 결심이 서지 않았다. 심지어 계약서를 쓰다가 일어나기도 몇 차례. "그래도 은행지점장까지 했는데…" 라는 생각에 큰 규모의 매장에 자꾸 눈이 가기도 했다.

고민 끝에 찾아간 창업컨설팅 회사에서 받은 충고는 ▶경기가 불확실한 만큼 무리하지 말라▶경험이 없으니 유망한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것.

"닭고기 프랜차이즈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가족과 근교에 나갔다가 치킨점에 들러 닭고기 맛이 괜찮아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

朴씨는 그때부터 일산 시내 치킨점을 돌아다니며 벤치마킹을 시작했다. 관심을 둔 프랜차이즈 본사도 이미 2백여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등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 차별화 전략〓朴씨는 치킨점 하면 으레 상가 한구석이나 골목길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 앞의 대로변 가게를 찾았다.

목이 좋은 만큼 권리금과 임대료가 만만찮았지만 '장사는 목' 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투자를 했다.

프랜차이즈료에 시설 구입비까지 합쳐 창업에 들어간 돈은 1억2천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퇴직금으로 충분한 수준이었다.

비록 10평 정도의 작은 매장이지만 중산층 아파트 주민들의 취향을 고려해 인테리어에도 신경썼다. 다른 치킨점은 매출의 대부분을 배달에서 올리지만 朴씨는 매장 매출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

"프랜차이즈점이라 고기맛이 똑 같을 것 같지만 주인이 신경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냉정하게 외면해버리는 신도시 주민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정성을 다해도 모자랍니다. "

朴씨는 발신자 전화번호 확인장치를 이용해 손님들을 관리하는 독특한 방법을 쓰고 있다. 배달 후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맛이 어땠는지 물어봐 입맛을 메모한 다음 주문이 다시 오면 양념의 양을 조절해준다.

"아무리 목이 좋아도 손님이 저절로 오는 건 아니죠. 한번 온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드는 게 장사의 기술 아닐까요. "

오븐에서 분주히 닭고기를 튀겨내는 朴씨의 뒷모습에서 전직 은행지점장은 이미 간 데 없다. 오직 프로 장사꾼의 모습만 보였다.

031-921-8292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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