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특별교부금 9243억 ‘힘센 정치인’ 에게 몰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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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특별한’ 재정 수요가 있을 때 지원하는 ‘특별교부금(세)’의 2009년 집행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행정안전부가 5일 민주당 김희철 의원에게 제출한 ‘2009년도 자치단체별 특별교부금 배정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특별교부금은 모두 9243억원이 집행됐다. 2005년 711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000억원 이상 불어난 규모다.

광역단체별로 보면 수도권인 경기도(1264억원) 다음으로 경남도(1230억원)가 많았는데 교부금 집행 당시 행안부 장관이었던 이달곤 전 장관은 6월 지방선거 경남지사 예비후보다.

기초단체별로는 경남 김해시가 115억9400만원을 지원받아 가장 수혜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시는 지난해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한나라당 김정권, 민주당 최철국 의원의 지역구다. 김해시는 바위공원 조성, 장유건강지원센터 건축, 웹 접근성 개선 등의 명목으로 33억여원, 재해대책용으로 82억여원을 지원받았다.

다음으론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시였다. 양산시는 지방재정 조기집행 4월 말 실적평가 우수,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우수, 희망근로 프로젝트 실적평가 우수, 청소년회관 건립 용도 등으로 20억여원, 재해대책용으로 59억여원 등 모두 80억5800만원을 받았다.

내무관료 출신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최인기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나주시도 세 번째로 많은 71억원을 지원받았다.

기초단체별 집행 순위 4~10위는 경기도 고양시(69억원), 경남 하동군(66억5100만원), 광주 남구(65억원), 경남 창원시(63억원), 대구 동구(62억원), 경남 합천시(56억원), 경북 구미시(54억원)였다.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역구 의원인 영남권 기초단체가 7곳이나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엔 상위 10곳 가운데 호남이 네 곳, 영남이 네 곳이었다. 1~10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실세·중진의원들의 지역구에도 상당액이 투입됐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43억원, 이상득·이병석 의원 지역구인 경북 포항시에 38억여원, 김무성 의원 지역구인 부산 남구에 50억원 등이 배정됐다.

반면 2005~2007년 387억원(연평균 129억원)을 지원받았던 강원도 평창군은 올해 15억6900만원으로 축소됐다. 2005년 74억원을 지원받아 1위였던 전북 장수군도 14억원으로 줄었다. 평창군은 노무현 정부 실세였던 이광재 의원의 지역구이고, 장수군은 정세균 민주당(당시 집권당) 대표의 지역구다. 특별교부금에도 권력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시는 54억4600만원을 확보했다.

정부는 자료에서 “국가 시책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하고, 자치단체의 예기치 못한 수요에 탄력 대응하기 위해 특별교부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교부금은 그동안 권력의 쌈짓돈 식으로 운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지자체를 길들이는 용도로 특별교부금을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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