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반월 · 시화단지내 인터넷 전용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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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반월.시화단지에서 10년째 각종 운송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A플랜트는 지난달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전용선을 사내에 깔았다.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왔으나 속도가 너무 느려 온라인 비즈니스는 차치하고 밀려드는 해외바이어들의 e-메일 검색조차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달 뒤 이 회사의 장모사장은 후회를 하고 있다. 딱 한 회선으로 사내 LAN망을 구축했는데 사용료가 5백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전국산업단지의 디지털화를 선언하며 국내 디지털단지 1호로 지정된 반월시화단지(http://www.kordic.net).

지난해 5월부터 1년이 넘도록 산업자원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끝에 디지털단지 선포를 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은 문제점투성이다.

◇ 인프라 부족=e-비즈니스의 기본인프라인 기업들의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어렵다. 공단본부가 단지 내 50인 이상 3백2개사를 기준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용회선 사용 회사는 전체의 20%인 55개사이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 초고속인터넷 사용 기업은 37개사(20%) 정도다.

실제로 응답업체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데이터전송속도가 너무 느려 e-비즈니스를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산업단지가 이처럼 초고속인터넷 접속이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 초고속통신망구축업체가 단지 내 비경제성을 이유로 망 구축을 꺼리고 있기 때문.

아파트단지와 달리 공단의 경우 업체들이 떨어져 있어 망을 깔아도 경제성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기업용 인터넷 전용선의 경우 한 회선 사용료가 월 4백22만8천원에 달하고 초고속인터넷 접속비용도 월 2백50만원이 넘어 정부지원 없이 망 접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박종욱 디지털산업단지팀과장은 "정통부.한통 등과 공장용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내리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 고 말했다.

◇ e-비즈니스 인식 부족=디지털단지 선포 이후 공단포털 회원으로 가입한 업체는 24일 현재 4백94개사로 공단 전체 가동기업(4천8개사)의 12%에 불과하다. 회원가입이 무료이고 포털 내에서 공단 및 산업관련 각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도 이 정도다. 포털 내에서 온라인 거래를 하도록 기업들의 소모성자재(MRO)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했지만 거래실적은 23일 현재 5백만원에 그치고 있다.

공단 내 H화학의 K이사는 "구매의 경우 경영층과 관계있는 업자와 10년이 넘도록 거래하고 있어 특별히 온라인으로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고 말했다. 실제로 공단기업 경영자의 절반 이상이 e-비즈니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e-비즈니스 가능성은 크다=공단본부는 현재 단지 내 기업들의 전자카탈로그를 작성할 업체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장 지금은 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온라인거래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1년 동안 공단포털 내에 각종 쇼핑몰과 온라인 지불.택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업체들을 상대로 현재 진행 중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업체의 90% 정도가 e-비즈니스만이 살 길이고 가까운 장래에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을 했다.

디지털산단팀의 이상희씨는 "현재 경기침체로 업체들이 생존에 급급하기 때문에 e-비즈니스에 관심이 적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간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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