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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김명자 환경부 장관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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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김명자(金明子.57)환경부 장관.

교수 출신인 데다 여성이기 때문에 관료 조직을 이끌며 환경행정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으리라는 게 취임 당시 주변의 우려였다. 그러나 그는 그같은 걱정을 떨쳐냈다.

환경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9개월반. 金장관은 최장수 환경장관이자 현 내각의 최장수 장관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해가 상충하는 환경문제를 조정해낸 게 원동력이다.

金장관은 조용하고 합리적인 일처리로 무리없이 환경행정을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국정감사장 등에서는 의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한 면도 갖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의 새만금 간척 사업 재개 결정에 따른 환경단체의 반발과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 문제, 낙동강 특별법 제정의 난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金장관은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2년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전망했던 낙동강 물관리 대책을 우여곡절 끝에 1999년 말 확정하게 된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영남지역 시민단체 대표들과 새벽까지 대화하며 조금씩 신뢰를 쌓은 덕분에 대책을 수립할 수 있었다. "

-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했던 정책은.

"4대강 수질개선 대책과 천연가스 버스 보급 등을 들 수 있다. 늦기 전에 4대강 상수원 수질을 1~2등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정부 대책을 확정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낙동강특별법 등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고는 있으나 논란이 계속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대도시 대기 오염을 줄이고 성공적인 환경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내년까지 전국에 5천대의 천연가스 버스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가스 충전소 부지 확보 문제로 시간이 걸리고 있다. "

- 한.중.일 3국 환경장관 회의가 성과를 거뒀나.

"동북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3국 환경장관 회의는 국제 환경협력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본다. 특히 지난 4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는 황사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황사 발원지를 대상으로 생태 모니터링과 생태 복원 사업 계획을 제시했고 한.일 양국은 이 사업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

- 새만금 간척사업 재개 결정과 관련해 환경부의 역할은.

"새만금 사업은 사업 중간 시점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갯벌을 살리고 하구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수용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책은 이상적인 지향(指向)을 수용하기보다 현실적인 여건의 한계와 평균적인 의식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소회(所懷)를 갖게 됐다. 그렇지만 수질이 개선될 때까지 만경강 수역의 개발을 유보토록 결정한 것은 환경부의 수질 예측 결과가 수용된 것이다. 앞으로 환경부는 농림부.전북도의 대책을 토대로 수질 개선 대책을 수립.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이 문제가 됐는데.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18개 과제로 된 수돗물 수질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전국 중소 규모 정수장의 소독 능력을 점검, 필요할 경우 시설을 보완토록 할 계획이다. 정수장 운영 인력의 사기 진작을 위해 수당 제도를 정비하겠다. "

-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미국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교토(京都)의정서 이행 전망이 불투명하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우리나라.멕시코 등 선발 개발도상국도 참여하라는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효율 향상 등 국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주요 선진국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분석해 외교통상부.산업자원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

- 쓰레기 종량제를 보완할 필요는 없는가.

"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발생량이 42.6% 줄었고 재활용품 수집이 94.8% 늘었다. 하지만 무단 투기와 불법 소각이 성행하고 내집 앞과 골목길을 청소하는 분위기가 사라지는 문제점도 나타난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토지.건물 소유자의 청결 유지 책임제를 도입하고 주민 자율에 의한 마을 청소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

- 앞으로 가장 관심을 갖고 추진할 환경정책은.

"환경기술로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기 위한 '에코(ECO)-2 프로젝트' 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마련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 사전 환경성 검토 제도와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해 환경친화적인 국토 이용의 기틀을 다지겠다.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김명자 장관은…

경기여고.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이과대학장도 역임했다. 金장관은 학계뿐 아니라 과학계.여성계.시민운동.언론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과학분야에서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창립 정회원으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합이사회 기초기술연구회 민간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엔트로피』『과학기술의 언어』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과학혁명의 구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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