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사건 피해자 위령탑·장학금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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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6.25 발발 51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충북 영동군청에 모인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73명은 미국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제3회 노근리사건 피해자 위령제(7월 26일)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장이 미국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계획적인 살육 행위를 인정할 것▶손해배상금의 조속 지급▶희생자 인권 회복에 한국 정부도 자주적으로 노력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클린턴 행정부가 지난 1월 약속한 위령탑 건립과 장학금 지원이 손해배상 성격이라면 거부키로 결의했다.

◇ 노근리 사건과 진상조사=950년 7월 25~29일 사이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굴다리 아래로 피신했던 주민들에게 미군이 무차별 사격을 했다. 피해자는 사망 1백77명, 부상 51명, 행방불명 20명 등 모두 2백4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2일 미 국방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과' 라는 말 대신 '깊은 유감' 이라는 표현만 사용했다.

◇ 미국 입장=의적인 차원에서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건립(1백19만달러)과 장학금지원(59만달러)으로 유족들을 위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책위 변호인단에게 전달된 국방부 조사관의 답변서에 "위령탑과 장학금은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모든 무고한 희생' 을 추모하는 것" 이라고 밝혀 이를 유사사건 손해배상의 면죄부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전망=대책위는 희생자 1인당 10억원 정도의 손해배상이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 행위를 유엔이나 국제 인권단체 등에 알려 도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도움을 받고 있는 4개 법률회사를 통해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영동=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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