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물먹인' 이석희씨 검거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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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 연방수사국(FBI)이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집 사건인 '세풍(稅風)' 의 핵심인물로 해외 도피 중인 이석희(李碩熙)전 국세청 차장을 검거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한국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FBI 요원들이 미국의 한 중소 지방도시에 李씨가 체류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탐문수사를 했으나 李씨가 이를 눈치채고 도주, 검거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李씨 검거를 위해 지난 1년여전부터 李씨 국내 인맥의 동향을 수집해 FBI에 제공하며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FBI 수사요원들이 李씨의 사진 등 자료를 토대로 은신처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자 李씨가 급히 몸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李씨를 직접 접한 적이 없는 미국 수사관들이 사진만 보고는 동양계의 식별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경원(崔慶元)법무부장관은 이달 초 네덜란드에서 열린 반부패세계포럼에서 범죄인 인도조약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미 법무부에 한국계 미국인을 한국인 관련 수사에 투입하도록 요청했으며 미국측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李씨는 직위를 이용,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기업체로부터 한나라당 선거자금 1백60여억원을 강제로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풍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가 시작된 98년 8월 미국으로 출국, 2년10개월간 장기 해외도피 중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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