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개도국 이번엔 '약초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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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말레이시아 북부 페라주에서 화전농을 하며 살아가는 디미야족의 마을 뒤편에는 정글이 있다.

정글에는 현지어로 '체레' 란 이름의 식물이 있다. 체레의 열매는 이뇨작용이 뛰어나다. 또 높이가 40m나 되는 고카뉴 나무의 수액을 뺨에 바르면 신통하게 치통이 멈춘다. 벌레에 물렸을 때 즙을 마시면 독성이 사라지는 약초등 불과 1시간을 걷는 동안에만 18종의 약용식물을 정글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이같은 열대우림의 약용식물과 현지인들만 알고 있던 효능 정보를 놓고 지적재산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선진국 제약회사들이 이 지역의 약용식물을 채취하고 현지인들에게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자 해당지역 정부가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인이 운영하는 '열대식물 엑기스 연구개발회사' . 이 회사는 몇년 전 말레이시아 사바주 등에서 현지인들이 민간약으로 사용하는 식물에서 제약 원료가 되는 물질을 발견해 이를 채취, 일본 등의 제약회사에 팔아왔다.

그러자 지난해 사바주 당국은 식물표본 채취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 다른 국가의 기관.기업이 약용식물 표본을 채취할 때는 허가를 받도록 했고 신약개발로 생긴 이익을 주정부와 나누도록 했다.

아사히 신문은 "생물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많아지면서 일본 등 1백80개 국가가 생물다양성조약을 체결했으나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고 보도했다.

개발도상국은 생물자원.원주민 지식을 석유채굴권.특허처럼 보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선진국은 자유로운 지식 이용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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