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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 대선과 파장' 기획 시론

3. 미국 통상압력 거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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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4년도 미국 대선은 테러와의 전쟁, 기대보다 저조한 경제성장, 이라크 전쟁, 그리고 막바지에 빈 라덴의 등장 등으로 어느 해보다도 온 세계의 집중과 이해가 엇갈리는 숨막히는 한판 승부였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경제정책은 감세정책 강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지속이며, 통상정책은 경쟁적 자유주의, 다자주의, 미주자유무역지대의 지속적 추진이다. 미국은 2001년과 2003년의 한시적 감세안을 영구화해 경기회복을 지속시키려 할 것이고, 자본이득 및 배당세를 15% 이상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한국의 수출에 도움을 주겠지만, 재정적자의 지속은 결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자율 상승을 불러일으켜 전 세계가 동반상승할 수밖에 없어, 우리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경상수지 적자의 증가는 결국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과 환율절상 압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은 달러화 약세를 경상적자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이고, 내년 우리 경제는 원화 절상으로 인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통상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조는 경쟁적 자유주의로 이는 미국기업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다자협상과 미주자유무역지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다자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기 정부에서 외교안보상의 이유로 모로코.바레인 등의 중동국가들과 적극 추진해오던 FTA가 경제적 이익 고려와 함께 아시아로 옮겨 올 것이다. 미국은 또한 한국.일본.중국 중에서 한국과의 FTA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최근에 미국은 한.미 FTA 추진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 쿼터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을 비추고 있다. 농산물 개방은 상당부분 진척되고 있는 측면도 있고, 다자협상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 스크린 쿼터 감축과 궁극적인 폐지문제를 FTA 추진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정교한 통상전략으로 거세게 다가올 FTA 추진과 통상압력에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시 정부의 통상정책은 미주 자유무역지대의 적극적 추진과 같은 지역무역통합이다. 실시 시기가 불투명하지만, 만약 신행정부 임기 내에 체결된다면, 미주 34개 국가가 참여하는 인구 8억명에 국내총생산(GDP) 12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할 것이다. 그럴 경우 중남미 국가들의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이고, 미국의 해외 직접투자가 미주지역에 집중됨으로써 한국의 입지가 미주시장에서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미국의 석유정책은 절약보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에 맞춰져 있어, 당분간 수급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부 출범과 함께 고유가 행진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으로선 석유수입국들 간의 연대강화와 함께 고유가에 대비한 여러 상황을 장.단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내년 7월로 예정된 '무역진흥권한(TPA)'의 갱신을 앞두고, 미 정부는 비록 공화당이 장악하긴 했지만,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미 의회를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한국.일본.유럽 등과의 통상마찰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통상압력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비는 미국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이며, 대미 통상정책의 기조를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자협상에서 개도국 간 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이나 지역통합은 세계적인 흐름이고, 해야 한다면 경쟁국보다 빨리 해야 한다. 시기를 놓쳐 지각생으로 이 대열에 합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