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호응 높은 홈페이지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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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민원인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그런데 이 코너의 이름이 '도와주세요' 다. 사소하다고 볼지 모르지만 여기엔 국민은 검찰에 도움을 애걸해야 하고, 검찰은 시혜를 베푸는 위치에 있다는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가 맞지 않을까.

검찰청만이 아니다. 감사원.국무총리실.대통령 경호실 등 힘깨나 쓴다는 부처의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공급자 중심의 태도가 곳곳에 묻어 있다.

이들은 "우리 쪽에 오는 민원은 공개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 이라며 "이 때문에 마치 민원이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고 항변한다.

그러나 민원의 성격이 비슷한 경찰청과 청와대가 2.3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문제는 민원의 성격이 아니라 부처의 태도에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획예산처가 '나라살림 대화방' 을, 특허청이 '도우미' 를 홈페이지 첫 화면의 첫 메뉴로 올려놓아 평가단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기사가 나간 뒤 관세청.통계청.국민고충처리위원회.과학기술부 등 상당수 부처가 지적된 문제점들을 홈페이지 개편에 적극 반영했다.

이번 기회에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힌 곳도 있다. 중소기업청은 영문 홈페이지의 철자법 오류를 보도가 나가자마자 바로잡았다. 서울시는 이번에 만든 평가항목을 각 구청 홈페이지 평가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홈페이지는 '전자정부' 의 얼굴이자 관문이다.

더욱이 정부 홈페이지 접속건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주기적으로 정부 홈페이지들을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선 중앙일보가 처음으로 정부 홈페이지를 평가했다. 아쉬운 것은 겉으로 드러난 홈페이지 외에 부처 내부의 정보화가 얼마나 돼있는지를 평가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 홈페이지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선 온라인 문서교환 등 정보화가 우선해야 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평가기법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 라는 성균관대 김성태(행정학)교수의 지적은 이런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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