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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신학자들 "교회내 순종문화를 바꿔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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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기독교에서 순종은 손꼽히는 미덕이다. 실제로 교회에서 많은 목사들은 순종의 미덕을 강조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복종하듯 목회자에게 복종하라" "여자의 머리는 남자다" 라는 가르침에 따라 평신도는 목사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하는 것이 교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순종은 여성 기독교도에게 특별히 더 소중한 덕목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같은 '순종의 미덕' 에 대해 젊은 신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연구원(원장 최만자)주최로 21일 서울 성공회대성당 성가수녀원에서 열린 '교회여성문화개혁 토론회' 에 참석한 신학자들은 한결같이 "잘못된 순종은 미덕이 아니다" 고 주장했다.

◇ 순종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

'한국교회의 순종메카니즘과 여성' 이란 주제로 발표한 장숙경(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연구원 연구위원)씨는 "순종은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교회에선 목사와 남성에 대한 순종으로 오해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순종이란 미덕이 결과적으로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됐다" 는 것이다.

장씨는 담임목사직 세습, 교회내 성폭행과 같은 문제를 "목회자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이 낳은 부작용" 의 구체적 예로 제시했다. 목사에 대한 순종이 강조되고, 그러다보니 목사가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성폭행 문제는 전형적인 '순종 이데올로기의 폐해' 로 지적됐다. 기독여성상담소에 접수된 성폭행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해자가 대부분 목사며, 또 성폭행 과정에서 '순종' 이란 성경 말씀을 왜곡해 여성 신자들의 복종을 요구해 왔음을 알 수 있다는 것.

'기독교적 덕목의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화' 문제를 발표한 강남순(영국케임브리지대 계약교수.조직신학)교수는 "기독교의 순종이란 미덕이 우리나라에선 유교의 가부장제 문화와 결합되면서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왜곡, 강요돼 왔다" 고 주장했다. 강교수는 "순종은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순종, 기독교적 삶에의 약속이어야 한다" 고 덧붙였다.

◇ 순종이란 이데올로기를 탈피해야 한다.

김진호( '당대비평' 편집위원)씨는 '순종' 이 건전한 판단을 가로막는 이데올로기가 되고, 이를 교회내에서 반복해 가르침으로써 지배와 복종이란 권력관계가 만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여성 신자들이 목사와 남성들에 대한 '순종' 을 계속 강요받고 길들여진 결과 스스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예수는 지배적 권력과 질서의 부당함을 누구보다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비판한 분" 이라며 "순종이라는 오래된 교회내 권력을 의심하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장숙경씨도 "문제는 이같이 잘못된 순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성들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이라며 "교인의 70%를 차지하는 여성 신자들 스스로가 주체적인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고 역설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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