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끼리 '품앗이 육아 교육'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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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어린 아이를 두고 있는 주부들끼리 모여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고 놀게 하는 품앗이 육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같은 지역의 아이들을 교육.놀이 공동체로 묶어주는 품앗이 육아는 사교육비를 가능한한 줄이면서 일반 교육기관보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친밀하게 관찰하고 보살필 수 있어 이를 시도해보려는 주부들이 적잖다.

태어난지 19개월된 딸 보현이를 키우고 있는 민난형(32.서울 대림동)씨는 지난 3월부터 품앗이 육아를 해오고 있다.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6개월 전 육아 사이트에 글을 올린 끝에 16~21개월된 아이들을 둔 5명의 엄마들과 모임을 구성한 것.

보현이 엄마가 참여하고 있는 품앗이 육아는 영어 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동화책 읽기.인형놀이.노래.그림 공부 등을 다양하게 병행하되 영어를 친숙하게 해주자는데 엄마들끼리 의견을 모았다" 는 것이 민씨의 설명이다.

민씨는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로 끌어내 아이에게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게 품앗이 육아의 가장 큰 장점" 이라며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엄마들도 책이나 육아 얘기 등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인천시 부평동에 사는 아기.엄마들끼리 모인 '부평 품앗이' 는 엄마들이 인터넷에 공동 홈페이지까지 만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모임을 갖는 이들은 한 번은 집에서 모이고, 다른 한 번은 야외 수업을 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엄마는 단 한 명도 없지만 각자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 영어.음악.미술 등을 맡아 실력을 발휘한다.

30개월짜리 딸 계영이와 함께 이 모임에 참여해오고 있는 신성희(28)씨는 모임의 엄마들과 "연령이 비슷한 둘째 아이들도 품앗이로 가르치자" 는 의견을 나눌 정도다.

신씨는 "가까운 문화센터의 유아교육 프로그램 강좌를 수강해보고나서 오히려 우리 품앗이의 내용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면서 "품앗이 교육은 준비만 철저히 할 수 있다면, 저렴한 회비(한달 1만원)에 엄마의 사랑까지 듬뿍 전할 수 있어 좋다" 고 덧붙였다.

보통 20~40개월의 아이들을 둔 '젊은 엄마' 들이 참여하는 모임인 만큼 요즘 품앗이 육아는 인터넷을 매개로 구성.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쑥쑥(http://suksuk.co.kr).

해오름(http://haeorum.com).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http://jamsune.com ) 등은 육아 전문 사이트로 다양한 육아.교육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품앗이 육아 동참자를 모으고, 이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마당'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엄마들의 적극적인 준비와 참여는 품앗이 육아의 '전제 사항' 이다.

품앗이 육아는 참여하는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얼마나 준비하고,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에 따라 그 내용의 질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품앗이 육아의 장점을 잘 안다고 해도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지난해 8월부터 품앗이 육아에 참여해온 주부 이은영(32.부산시)씨는 "품앗이 육아를 통해 어떤 특정한 교육적 성과를 기대하며 참여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준다, 다른 엄마의 육아방식을 배운다, 집에서 하기 힘든 놀이를 모여 같이 해본다는 마음으로만 참여해도 얻는 게 많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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