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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직장 건보 재정통합 '모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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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의 정부' 사회분야 2대 개혁 과제는 의약분업 실시와 건강보험의 통합이다. 건강보험 통합의 마지막 절차는 직장과 지역건강보험 재정의 통합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실패는 기형적 건강보험 통합을 불러왔다. 직장과 지역건강보험을 통합하되 회계는 따로 관리(구분 계리)키로 한 것이다.

◇ 왜 별도 회계를 하나=가장 중요한 이유는 직장인과 지역 가입자들에 대한 소득 파악률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소득은 유리 지갑처럼 투명한 반면 지역 가입자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자인 자영업자의 28%만 소득 자료가 드러나 있다. 이중 종합소득세를 연간 5백만원 이상 내는 사람은 9%에 불과하다. 직장과 지역의 돈을 완전히 하나로 합칠 경우 직장인이 손해보는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정부는 재정을 구분 계리(計理)해 통합 반대파의 반발을 피해 가려는 것이다. 또 건보료 운용을 같이 하기로 해 재정 통합의 모양새는 갖췄다. 통합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양측의 반발을 감안해 묘한 절충을 한 것이다.

결국 재정 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를 따지기가 매우 모호하게 됐다.

한국노총 이동호 국장은 "복지부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또 짜깁기 정책을 만들어냈다" 며 "통합 연기를 명백히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재정 통합의 원칙에 부합하느냐를 따질 때 핵심은 건보료 인상률 문제다.

복지부는 이 점에서는 통합이 아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합 원칙대로라면 직장과 지역이 매년 동일한 건보료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 또는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도록 개인의 부담 능력에 맞게 건보료를 내게 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과 지역이 쓴 돈과 이듬해에 쓸 돈을 따져 건보료 인상률을 따로 결정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와 마찬가지다.

◇ 재정 상황은=18일 현재 직장 건보는 3천4백29억원, 지역은 1천9백36억원이 남았다. 직장이 약간 많은 듯 보인다.

하지만 직장의 적자가 심화하는 반면 지역은 국고 지원액이 50%로 올라가 2006년에는 지역 건보의 경우 2천여억원이 남는다.

그러나 직장은 2조원 가량의 적자가 쌓이게 된다. 직장은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직장과 지역의 조직 통합 전 직장의 적립금이 3조원을 넘은 반면 지역은 고갈에 가까웠던 상황에서 완전히 역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고지원이 커진 지역건보 재정이 내년부터는 직장건보 재정을 도와주게 될 전망이다. 지역 돈을 직장이 쉽게 꿔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점도 정부가 기형적인 재정 통합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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